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만난 한국계 은행의 한 지점장은 제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공부를 한다 해도 중국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는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만난 타 은행 지점장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현지 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이들을 배치하는 중국과 달리 동남아의 경우 의사소통도 되지 않은 이들을 내보낸다. 선발 기준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영업력'이 핵심이다. 인사 공고가 붙은 뒤에야 본인이 해외 점포에 발령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은행들이 그때그때 돌려막기식 인사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글로벌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국내 은행 대부분은 동남아 현지에 나갈 직원을 뽑는 데 애를 먹는다.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달리 '고생만 하고 돌아온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인사상 특별한 가점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초등학생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려는 차장급 외에는 동남아에 대한 선호가 약하다"며 "국내보다 승진이나 연봉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면서 동남아 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젊은 직원을 현지 지점장으로 파격 발탁하는 식의 인사도 어렵다. 베트남 호찌민의 한 국내 은행 지점장은 "베트남의 경우 한국계 기업이 주요 영업 대상이기 때문에 젊은 직원이 지점장으로 갈 경우 국내 기업의 영업 관례상 애를 먹을 수 있다"며 "현지 기업 대상의 영업이 정착되지 않는 한 발탁 인사를 통한 현지 배치는 무리"라고 밝혔다.
물론 대부분 은행은 해외진출의 성패가 단기간에 날 수 없다고 판단,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미약하나마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해당 지역의 문화 및 경제상황 등을 연구하는 지역전문가제도를 운영, 현재 100여명의 인력이 해외에 나가 있다. 하나은행 또한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40여명의 직원을 6개월 단위로 해외에 내보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해외지점 연수파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글로벌 아카데미 연수제도를 신설하는 등 '글로벌 금융벨트' 구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동남아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MBA 유학생을 미국 등의 선진국이 아닌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으로 파견할 계획이다.
또 순환보직이 기본인 은행 인사체계를 감안할 때 글로벌 부문에서는 다른 기준의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예전만 해도 해외 지점장 자리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상하는 자리라 의전 이외에는 크게 신경 쓸 것이 없었다"며 "하지만 영업력이 뛰어난 이들을 중점적으로 배치하는 등 해외시장을 보는 시각 자체가 크게 달라져 점점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방식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호찌민=양철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