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땅콩회항’으로 시작된 사건이 조 전 부사장 구속·석방으로 끝나지 않고 브로커 등장에 따라 구치소 직원 수사로 번지면서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염씨는 1997년 8월6일 발생한 대한항공 보잉747기 괌 추락사고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고 유가족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염씨는 유족대책위 간부들과 함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 88체육관에 있던 합동분향소를 대한항공 연수원으로 옮기는 협상과정 등에서 대한항공 측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심모 대한항공 부사장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염씨는 출소 후 광주광역시에 소규모 광고대행사를 차리고 2000년부터 올해까지 16년째 대한항공 옥외광고를 수주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염씨는 광주 금남로의 빌딩 옥상에 대한항공 대형 광고판을 유치해 연간 2억∼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한항공 측은 “당시 광주지역에 없던 옥외광고 필요에 따라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이었고 괌사고 유가족에 대한 배려 차원이기도 했다”며 “이번 구치소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염씨가 운영하는 광주의 광고업체와 대한항공이 사업관계를 맺어온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수사와는 관련이 없고 사업 관계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염씨가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편의를 봐주겠다고 ‘갑자기’ 나선 게 아니라 괌 사고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과 ‘특수 관계’를 맺어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염씨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서울 남부구치소에 있을 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한진렌터카 정비용역 사업을 수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염씨가 구속되자 한진그룹 측은 “계열사 임원이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던 브로커의 제안을 받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염씨가 16년째 대한항공 옥외광고를 수주한 사실이 새로 드러나면서 서모 한진 대표 외 그룹 최고위 어느 선까지 염씨와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 대표는 괌 사고 당시 협상 실무를 맡아 유족 대표인 염씨와 처음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구치소 사건을 수사하면서 구치소 직원들이 실제 염씨로부터 상품권과 식사대접 등 금품과 향응을 받았는지 조사하는 한편 서 대표 외 한진그룹 측 다른 관련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염씨의 구속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11일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 먼저 재판에 넘기고 구치소 직원과 한진 측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간다. 애초에 수사에 착수하게 된 본안 사건인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 청탁 의혹 수사도 박차를 가한다. 검찰은 문 의원이 고등학교 후배인 조양호 회장을 통해 처남을 미국회사에 취업시키고 처남이 실제 근무도 하지 않고 74만달러(약 8억원)의 월급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22일 대한항공·한진·한진해운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50일이 넘도록 조 회장과 문 의원을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