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끼와 문화수출/박평서 한국나쇼날전기<주>대표이사(기업인문화칼럼)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기빠진듯 우울한 일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이 시대에 최근의 두가지 소식은 우리에게 청량제였다.LA다저스의 영웅 박찬호의 활약과, 뮤지컬「명성황후」의 미국에서의 성공적 공연이 그것이다. 첨단기술, 문화예술, 스포츠같은 분야에서의 뛰어난 업적은 원래 기가 센 「끼있는 사람」들의 산물이다. 뜻깊은 8·15 광복절 저녁, 세계 뮤지컬의 본바닥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라스트 엠프레스」라는 이름으로 공연된 이 작품에 그 잘난 외국인들이 탄성을 지르며 아낌없는 찬사와 갈채를 보냈다니…. 백남준씨가 『기마민족의 후예라서인지 그저 펄펄 뛰었노라』고 관람평을 했듯이 우리의 역사, 문화, 멋과 신비를 마음껏 펼쳐 우리의 긍지와 자존심을 일으켜 세운 이 공연은 우리 문화사에 기록될 기념비적 사건이 분명하다. 더구나 그것은 극히 적은 지원속에서 돈 한푼 없이 「하면 된다」는 신념만으로 「뗏목이라도 타고 미국에 가겠다」는 열의를 보인 한 개인의 집념의 결과라니 더욱 값진 것이다. 제작 연출자인 윤호진씨가 인터뷰에서 『5천년 인고의 세월속에 축적된 한국적 정서가 큰 문화 자산임을 재확인 했다』라고 했듯이 순수한 우리것만으로 이루어낸 문화의 세계화요, 문화수출인 것이다. 얼마전 조수미씨가 런던 필과의 공연에서 「한 오백년」「아리랑」 등 한국가요를 고집했다는 이야기와 박찬호, 선동열이 미국과 일본에서 한국인의 기개를 과시하여 국민들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 것들은 모두 한국 혼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좌다. 문화교역의 측면에서 볼 때 무분별한 문화의 수입국처럼 돼버려 우리 고유문화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최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우리것의 정체성을 살려 문화수출의 주체적 주인공이 됨으로써 우리의 기를 더욱 살려야 할 때다. 그렇다. 「백성이여, 다시 일어나라」라는 명성황후 피날레의 웅장한 합창이 주는 메시지처럼 다시 힘차게 일어나야 한다. 문화란 한시대에서 다음시대로 이어지며 전개되는, 언제나 살아서 꿈틀거리는 정신적 자양분이요 역사의 씨앗이기 때문이며, 또한 앞으로의 세계는 문화라는 토대위에서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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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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