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정의 표류에 밀려난 경제(사설)

 우리나라는 지금 한보사태, 김현철씨비리, 대선자금문제 등으로 정국이 혼돈상태다. 정치는 실종된지 오래며 국가 통치력마저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정부의 존재마저 의문시 되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대통령이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 넣고 있는 현안들과 모두 관련이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여기에 책임을 물어 하야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나라꼴이 더 말이 아닌 것은 임기말 레임 덕 현상과 겹쳐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복지불동하는 자세이다. 이 와중에서도 여야 정치인들은 연말의 대선을 겨냥, 국정이나 민생문제는 아랑곳 없이 오로지 당리당략만 좇고 있다.  우리경제는 나라의 모든 힘을 결집, 총력전을 기울여도 회생 가능성이 실낱같은 최악의 국면이다. 국정의 표류에 경제는 완전히 뒷전이다. 총체적인 국가의 위기랄 수 있는 판국이다. 우리는 이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그러나 위기의 극복에는 몇가지 전제가 따른다. ○통치력 공동화 총체위기  우선 국정이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된다. 본란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지적한 것처럼 대통령은 대선자금의 전모와 잔여금을 국민들 앞에 솔직하게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임기동안 오로지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국민들에 대한 고백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앞뒤를 재고 기회를 보다가는 실기,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법적인 책임문제는 그 다음이다. 또 현철씨 비리와 관련, 검찰의 수사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회 청문회 직후 안기부장과 현철씨, 그리고 김기섭 전안기부 운영차장 등 세사람이 비밀리에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권 간섭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위상이 실추된 검찰도 이 기회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정치인들의 자세 전환이다. 아직도 7개월이나 남아 있는 연말의 대선을 향해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마치 붐이라도 인 것처럼 경선에 뛰어들고 있다. 후보자의 난립은 민주주의의 특장일 수 있으나 현재의 신한국당과 같은 「너도 나도」식은 곤란하다. 자칫 붕당을 조성할 우려가 있으며 이합집산에 따라 금권으로 얼룩지는 사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대권경쟁에 앞서 먼저 나라의 장래와 어려운 경제를 생각하고 민생을 걱정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너도나도」식 경선 곤란  지난 4월 1일에는 청와대에서 여야 정당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경제영수회담이 개최 됐다. 이날 회담에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현 시국을 감안,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고 합의 했다. 또 경제난 극복을 위한 중장기대책 협의를 위해 여야 및 각계 각층의 대표가 참여하는 「경제대책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영수회담이 열린지 한달이 훨씬 넘었지만 정치인들의 경제살리기 대책은 감감 무소식이다. 그들에게는 한보사태, 현철씨비리, 대선자금문제만이 주요 이슈다. 경제대책협의체도 구성돼 지금까지 4차례나 회의를 열었다고 하지만 뾰족하게 무엇하나 내놓은 것이 없다. ○벼랑끝 상황 밀리면 끝장  셋째는 국가를 지탱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각성이다. 정치가 흔들려도 공무원들은 흔들려서는 안된다. 지금 공무원들의 자세는 완전히 일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국가적 현안인 경제난 타개도 문제려니와 남북문제, 국책사업 등이 거의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국책사업 가운데 특히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부실공사 및 공기와 관련, 정책적인 판단이 시급한 사항이다. 일부에서는 서울∼대전간은 예정대로 공사를 밀고 나가되 대전∼부산간 공사의 추진여부는 차기정권의 판단에 맡기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의 배경에는 정부와 여당, 관련 부처간에 이견이 불거지면서 정책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당초부터 정치논리에서 갑자기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부실은 예견된 것이었으며 이에따른 공기지연 등은 금액으로 따져도 엄청난 액수에 달한다. 이제 또다시 대전∼부산간 노선을 차기정권에 일임할 경우 이로 인한 손실은 4조원을 넘는다는 계산이다. 이 모두가 국민들의 부담이다.  이제 춘투 시즌이다. 경제난속에서 맞는 춘투는 노사 양측이 모두 어렵다. 그런데 노동쟁의 조정과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등의 구제신청 판정을 맡는 노동위원회가 두달이 넘도록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총·민노총간의 지분다툼이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정부는 노사간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할 때다. 중앙노동위원회에는 벌써 1백여건의 구제신청이 들어와 있다는 소식이다.  국정은 더이상 표류해서는 안된다. 벼랑끝에서 밀릴데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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