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5] 2부. 다시 시작된 금융빅뱅 <하> 그래도 '해외'다

'동남아 현지화' 가시적 성과… 정부 '금융외교'로 측면지원 나서야

"현지인 뽑아 현지인 공략" 일관된 전략으로 시장 안착

진출 확대위해 원조·사회공헌 등 정부역할 강화 필요

신한베트남은행 직원이 베트남 현지 고객에게 금융상담을 해주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이익규모가 2위에 달하는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사진제공=신한은행



국내 금융사 대표들은 올 신년사에서 하나같이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비축한 힘을 토대로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등 리테일 영업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으며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글로벌 사업 인프라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금융사의 해외진출은 10년째 반복돼온 뻔한 레퍼토리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주장도 10여년째 계속되는 식상한 경고다.

그래도 금융사들은 올해만큼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쪼그라드는 순이자마진(NIM)과 '핀테크' 열풍에 따른 판도 변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과 윤종규호가 본격 출범한 KB금융 등 모두가 최고 금융사를 꿈꾸는 상황에서 해외야말로 이들의 성적표를 좌우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 해외진출, 희미하게나마 성공 보인다=국내 금융사들의 눈길은 다들 동남아에 쏠려 있다. 성장률이 7~8%대 수준으로 높은데다 예대마진이 커 한번 자리 잡으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아시아계이기 때문에 유럽이나 북미 시장보다 공략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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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사들의 눈길이 쏠린 곳은 미얀마다. 지난해 10월 국내 은행 3곳은 일본계 및 중국계 은행에 밀려 미얀마 지점 개설에 실패했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전을 노리고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일본의 태양생명, 홍콩의 ATA에 이어 외국계 생보사 중 세번째로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미얀마 시장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은행의 활약이 눈에 띈다. 최근 소다라은행의 합병을 완료한 우리은행은 직원 대부분을 현지에서 채용해 인도네시아에서 완전히 뿌리 내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2013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방카슈랑스 등의 판매채널 다변화를 통해 현지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캄보디아에서 펼치는 현지화 사례도 눈여겨볼 만한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현지에 지점을 내기보다는 소액대출기관 형태로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지난해 7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설립하며 현지 소액대출업에 진출했다. 우리은행은 철저한 현지화를 추진하기 위해 본국 파견 직원을 1~2명으로 최소화하는 한편 오는 2017년 예금수취 자격을 취득한 후 은행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금융사들은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금융업이 규제산업이 만큼 해당 국가가 얼마나 원조와 사회공헌을 했는지가 지점 개설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공적원조(ODA)를 비롯해 물질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금융외교'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미얀마 진출을 타진할 당시에 미얀마 정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건설하기로 약속했던 '우정의 다리'를 빨리 건설해달라는 압박을 받았었다"며 "결국 한국 정부의 지원이 미얀마 진출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지인을 뽑아 현지인을 공략해야 산다=국내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이라는 것이 몇 년간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긴 안목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금융사 수장이 금융당국의 의지에 따라 바뀌거나 하는 식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들은 신한베트남은행이야말로 일관된 전략으로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는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이익규모가 2위에 달하는 등 해외진출의 성공사례로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신한은행은 한·베트남 수교와 함께 1993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호찌민사무소를 설치한 후 1995년 지점 전환, 2009년 법인 전환 등을 이끌어냈다. 2011년에는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해 3년 만에 7위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으며 기업금융·모기지론·자동차금융 등 현지인 대상의 금융기법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20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과 계속되는 정책수립 없이는 지금의 성과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나금융 또한 해외시장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특히 핀테크를 결합한 서비스로 진입장벽이 높은 캐나다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12월 캐나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원큐뱅킹'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원격은행이다. 현지 지점망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메우기 위해 탄생한 원큐뱅킹은 김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또 통합 하나·외환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도 설정했다. 하나금융은 리테일에 강한 하나은행의 강점과 대기업과 오래 거래한 외환은행의 경쟁력을 살린 현지화 영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하나은행의 경우 10년 내에 외국계 은행 중 5대 은행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 현지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내세워 현지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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