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가 제143회 브리티시 오픈 골프 대회에서 생애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매킬로이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리버풀GC(파72·7,312야드)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리키 파울러(미국·이상 15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렸다.
매킬로이는 만 25세 이전에 메이저 통산 3승을 거둔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잭 니클라우스(74·미국)는 23세, 타이거 우즈(39·미국)는 24세에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을 수확했다. 우승상금 97만5,000파운드(약 16억9,000만원)를 받은 매킬로이는 세계랭킹을 8위에서 2위로 끌어올리게 된다. 2011년 US 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3개 대회 우승컵을 수집한 그는 내년 4월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우즈 후계자' 1순위=일찍이 샛별로 주목 받았던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차세대 골프황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특히 최근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라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컸다. 매킬로이는 2012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지만 지난해에는 시즌 내내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다가 12월 유럽 투어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야 첫 승을 거뒀다. 골프 장비를 나이키 제품으로 전격 교체하면서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인이던 테니스 선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와 약혼했다가 올 5월28일 청첩장을 보내기 직전 파혼하기도 했다.
'메이저 사냥꾼'의 면모도 과시했다. 그는 2010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첫날 9언더파 63타를 몰아쳐 단독 선두를 달리다 강풍으로 2라운드에서 80타를 적어낸 끝에 공동 25위로 마친 뒤 "날씨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이런 대회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는 최종일 4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0타를 쳐 공동 15위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달랐다. 첫날부터 선두에 나선 뒤 끝까지 1위를 달려 브리티시 오픈 사상 열 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부족한 2% 채워야 차세대 황제=매킬로이가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면서 그가 우즈를 능가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의 페이스로는 우즈가 앞서 있다는 게 객관적 평가다. 매킬로이는 이날 PGA 투어 81번째 출전 만에 통산 7승째를 거뒀다. 모두 79승(메이저 14승 포함)을 쌓은 우즈는 38번째 출전에서 7승을 기록했고 81번째 대회에서 20승째를 올렸다. 20승째는 15타 차로 우승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2000년 US 오픈이었다. 매킬로이가 메이저 3승을 거둔 동안 2위와 도합 18타 차의 일방적 우승을 차지했으나 우즈의 경우 2위와의 타수 차 합계가 무려 28타였다.
매킬로이의 재능에 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와 함께 어릴 적부터 성장한 셰인 로리(아일랜드)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은 "매킬로이가 잘하는 날은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즈와 비교할 때 매킬로이가 보완해야 할 점은 꾸준함이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매킬로이의 두려움 없는 공격적인 플레이는 대단한 장점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적이 될 수 있다"면서 "올해 US 오픈에서 우승한 마르틴 카이머(독일), 이번 대회의 매킬로이처럼 한 대회에서 빛나는 성적을 낼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우승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매킬로이는 우즈보다는 왼손 골퍼 필 미컬슨(44·미국)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매킬로이가 골프에 열정을 갖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4년 동안 메이저 3승을 거둔 그는 "골프는 우승에 도전하는 이를 찾고 있다"며 "나는 투어 대회와 메이저 대회에서 계속 우승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위치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