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출신들이 수장을 맡으며 정부와 마찰이 끊이지 않던 한국전력이 4년여 만에 관료 출신 사장을 선임했다.
한전은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조환익(62ㆍ사진) 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을 19대 한전 사장으로 선출했다.
관료 출신 가운데 가장 성공한 공기업 사장으로 꼽히는 조 신임 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산자부 차관, 한국수출보험공사(현 무역보험공사) 사장, KOTRA 사장을 역임했다. 수출 분야 경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에너지나 정부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다.
조 신임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전의 해외 사업 비중을 크게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원전 부품의 신뢰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중동 원전 수출 계약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며 "일단 올겨울 전력수급 고비를 넘기는 대로 중동으로 떠나 현지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고 말했다.
조 신임 사장은 이어 "베트남ㆍ터키 등에서도 원전 수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수출 금융에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한전이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신임 사장은 최근 전력난과 관련해서는 "한전의 역할 가운데 전력의 안정적 공급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수요관리가 한전의 주업무인 만큼 당분간은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요금 인상에 도달하는 방식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이 내부적으로 긴축을 하고 해외사업으로 돈을 번다 해도 국내 설비 유지ㆍ보수 등에 필요한 재원은 요금 정상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사장이 직접 나서서 정부 또는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시키며 요금 인상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신임 사장은 기업인 못지않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성을 갖춰 침체된 한전의 분위기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할 때마다 관(官)의 색깔을 빼고 민간 기업의 효율성을 도입하는 독특한 실험을 해왔다.
한전 내부적으로도 정부와의 관계가 돈독한 조 신임 사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전 노조는 이번 한전 사장 경합에서 조 신임 사장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