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고가 능사인가/「노사 공존」 해법 찾아야(대량감원시대)

◎감축 일변도 부작용 극심… 「순환 휴무」 등 고려할만「전체 임직원 절반 축소(한라중공업), 조직 30% 감축(삼성그룹), 임원 20% 감원(코오롱그룹), 직원 30% 축소(해태그룹).」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 시대를 맞아 주요그룹들이 발표한 자구책들이다. 물론 자구책에는 불요불급한 부동산 매각도 메뉴로 올라가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보탬이 될 만큼 부동산이 쉽게 처분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결국 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구조조정계획은 감원이 핵심이 되고 있다. 호황때 확장에만 열을 올리던 기업들이 이제 와서 「일자리 제공」이라는 기본적인 의무마저 저버리고 있다는 비난이 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업은 경제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만한 구조에 칼질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지만 「구조조정=감원」이라는 등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 대량해고로 인건비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무차별적인 인원감축에 따른 부작용은 기업경영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제직원의 15%를 감원한 국내최대 전선메이커인 D사의 K차장(37)은 요즘 회사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산다. 회의때도 가능한 한 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조직에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튀지 말아야 한다』는 진리만을 곱씹고 있다. 이제 직원들에게 사훈인 「인화단결」은 단지 구호외에는 별다른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절반의 인력을 감축키로 발표한 한라중공업에서는 요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감원대상에 자신이 포함될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휴가를 신청하지 않은 직원들도 대부분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처럼 감원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자 감원이 아닌 노사간 「공생공사」로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울산에 있는 중견제조업체인 한국프랜지는 최근 노사협의를 거쳐 전사원이 순환식 휴무를 갖는 「직무분할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키로 했다. 직무분할제는 독일의 폴크스바겐사가 실시, 감원없이 기업을 회생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유명해졌다. 한국프랜지는 지난달 노사협의를 통해 「전사원 2주 휴무제」를 실시키로 하고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휴무기간동안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임금의 70%만을 받게 되지만 해고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측은 직무분할로 한 사람당 평균 30%의 인건비 감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프랜지는 당초 전체인력의 30%를 감원할 방침이었으나 해고로 인한 부작용 등을 감안해 직무분할제를 채택했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IMF시대를 틈타 대규모 감원과 조직축소 등 쇼킹한 구조조정계획으로 임직원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람과 조직을 얼마씩 줄이겠다고 요란하게 발표하는 것보다 구조조정을 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구조조정을 감원으로 해결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IMF의 경제신탁통치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감량경영이 불가피하지만 기업들이 경영난 타개방법으로 대량해고만을 선호할 경우 감원의 후유증이 기업경영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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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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