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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김우택 NEW 대표

"행복하고 따뜻한 영화로 승부… 재미있는 엔터기업 키우겠다"<br>'러브픽션' '언터처블:1%의 우정' 등 배급하는 영화마다 흥행 대박 터뜨려<br>미디어산업은 소통·자유로움이 중요… 콘텐츠 본질만 갖고 판단해 나갈것




[CEO&Story] 김우택 NEW 대표
"행복하고 따뜻한 영화로 승부… 재미있는 엔터기업 키우겠다"'러브픽션' '언터처블:1%의 우정' 등 배급하는 영화마다 흥행 대박 터뜨려미디어산업은 소통·자유로움이 중요… 콘텐츠 본질만 갖고 판단해 나갈것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부러진 화살' '러브픽션' '언터처블:1%의 우정'. 2012년 1ㆍ4분기에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는 영화들과 함께 국내 중소 투자 배급사 'NEW'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쟁쟁한 배급사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NEW는 지난해 전체 시장점유율 3위, 올 1ㆍ4분기 전체 배급사별 점유율에서는 2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우택(48·사진) NEW 대표이사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마주했다.

김 대표는 영화 투자 배급사 NEW의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달기 전 온미디어의 케이블TV 채널 투니버스에서 해외 투자유치 분야를 담당하며 영화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5년 뒤 김 대표는 오리온 쇼박스에서 상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당시 그의 나이 37세. 꽤나 빠른 성장이었다. 이후 김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아 쇼박스 대표, 메가박스 대표를 지내게 된다. 소위 '영화판', 넓게는 미디어 분야에서 줄곧 함께한 삶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영화판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우연찮은 기회에 시작했지만 지나고 보면 다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어떤 일'을 하는가 보다 '어떻게 재미있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 일을 해보니 영화라는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고 큰 기회이자 기쁨인지 알게 됐습니다. 어느덧 소통에 대한 사명감도 생긴 것 같고요."

우연에 이끌려 시작한 업(業)에서 나름의 비전을 얻은 김 대표는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한다. 대기업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극장과 모기업의 자본 없이 홀로 중소규모의 영화 투자 배급사 NEW를 이끌어가게 된 것.

"대기업에서는 주로 신규사업을 많이 맡았습니다. 방송ㆍ극장ㆍ배급 쪽 일을 줄곧 하다가 또 다른 신규사업을 하나 맡게 될 시기에 불현듯 미디어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기업에서 영화일을 하는 것이 장점이 분명 있지만 작아도 좀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물론 대기업 임원 시절과 비교해 여러 가지 제반 여건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회사를 시작할 때는 돈과 사람이라는 자원이 가장 절실했습니다. 대기업에 있을 때는 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돈을 마련하는 것도 제 몫이 된 거죠. 자본을 끌어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념할 법도 한 우여곡절을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김 대표 나름의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포함해 영화ㆍ방송ㆍ음악 등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의 역사가 짧지 않습니까. 좀 성장하는 듯하다 싶으면 다른 분야로 뛰어들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많죠. 전 단기적으로 회사규모를 키우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재미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제 다음 세대까지 지속되는 영속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회사답게 일하면서도 재미있고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즐거움을 줬으면 합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비전을 위해 늘 '사람' '자유'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영화를 통해 사람을 얘기하고 싶고 가능하면 즐겁고 행복하고 따뜻한 내용의 영화를 많이 배급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2008년 회사가 만들어지고 실제 NEW가 배급한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저예산의 웰메이드 영화가 상당수 자리하고 있다. 이순재ㆍ윤소정ㆍ송재호ㆍ김수미씨 등 노장들이 그려낸 사랑 이야기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제작비 10억원대의 저예산 영화였지만 지난해 전국관객 164만명을 동원했고 하정우ㆍ공효진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픽션' 역시 올 2월에 개봉해 관객 170만명을 돌파했다.

물론 배급할 영화를 선택하는 데 김 대표만의 개인적 취향만 녹아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서 '막내 직원까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개인의 장단점과 미세한 불만사항까지 읽어주는 사람'으로 통한다. 김 대표는 24명의 직원이 배급할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하는 장(場)을 마련해준다.

"'맨파워'라는 말을 저는 별로 믿지 않아요. 회사가 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사람 순으로 보자면 대기업에 가장 우수한 인재가 많겠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문화이고 그 안에서 직원들이 성장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직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데 무게를 둔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 좋은 작품, 확실한 장점이 있는 영화를 빠르고 과감하게 선택해 작품이 가진 좋은 점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물론 직원과의 끈끈한 유기적 관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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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 소통이 잘돼야 외부적 소통도 원활해지죠. 그런데 직원들 간에, 혹은 직원과 제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려면 그렇게 되기까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죠. 저는 일적인 부분 외에 여가시간이 생기면 직원들과 함께 술잔도 기울이고 엠티도 가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CJㆍ롯데ㆍ쇼박스 등 대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 묵묵히 뜻을 펼쳐가고 있는 NEW다. 후발주자라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막강한 저력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잘되고 있을 때 한 번쯤 뒤돌아보라'라는 말이 있다.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업계 관계자와 관객들로부터 조명을 받고 있는 지금, NEW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초심은 그때의 생각을 말하는 것인데 신입사원 때 가졌던 처음 마음을 지금 가지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근본적인 부분, 이를 테면 영화가 크든 작든 외부적인 구도에 상관없이 콘텐츠의 본질을 제대로 판단하고자 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늘 직원들에게 말하는 게 있어요. '회사가 좋을 때는 밖에 나가지 말고 외려 회사가 나쁠 때 밖에 나가자'고 합니다. 자신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즐기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 시간이 가급적 짧았으면 합니다."

대기업 주도의 영화산업에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나아가는 NEW다. 그래서인지 NEW 역시 수익창출이 목표가 돼야 할 기업임에도 영화산업 전반에 있어 'NEW'에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는 부담스런 시선이 많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하다"며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일 자체가 자유로워야 한다. 매출 목표라든지 라인업을 1년에 몇 편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회사의 체력과 여건을 고려해 의미 있는 영화를 성공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김우택 대표는

▦1964년 서울 ▦1983년 환일고 ▦1987년 서울대 경영학 ▦1990년 에모리대 대학원 경영학석사 ▦2002년 쇼박스 상무 ▦2003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대표 ▦2008년 메가박스 대표 ▦2011년~ NEW 대표



풍산개 등 저예산 작품 투자 배급… 올 점유율 2위 껑충

■ NEW는

지난 2008년 말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배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소규모의 국내 영화 투자 배급사다. NEW는 2010∼2011년에 CJ(CJ E&M), 롯데(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NEW는 지난해에만 한국영화와 외화 등 20편을 배급해 1,425만명의 관객을 모아 전국 기준 시장점유율 9%를 차지했다. 지난해 투자한 한국영화 9편 중 '그대를 사랑합니다(160만명)' '풍산개(71만명)' '고양이(67만명)'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6만6,000명)' '블라인드(237만명)' '가문의 수난(241만명)' 등 6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를 거뒀다. 지난해 투자성공률도 66.7%로 같은 해 한국영화의 평균 투자성공률 24.6%(영화진흥위원회 추정)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았다.

NEW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 1월에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은 순제작비 5억원이 든 저예산 영화였지만 약 345만명의 관객을 모아 256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2월에 개봉한 공효진ㆍ하정우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러브픽션' 역시 지난달 25일 관객 170만명을 돌파하며 130억원에 달하는 흥행수입을 올렸다.

올해 배급한 두 편의 한국영화가 나란히 흥행 호조를 보이면서 NEW는 1ㆍ4분기에 전체 영화 배급사(외국 배급사 포함)별 점유율에서 14.7%로 CJ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NEW의 성과에 대해 박준경 NEW 마케팅 팀장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풍산개' 등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헬로우고스트' '블라인드' '러브픽션' 등 중급 예산 영화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었다"며 "여기에 투자ㆍ마케팅ㆍ배급ㆍ세일즈에 이르기까지 전 구성원 간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NEW는 앞으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구자홍 감독의 '나는 공무원이다' 등 2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는 물론 임수정씨 주연의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반창고' '배우는 배우다' 등 중급 예산 영화, 고현정씨 주연의 코미디 '미쓰GO'와 퓨전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순제작비 40억∼50억원대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해 관객을 찾을 계획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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