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명품 톱3 모셔라" HDC신라 동분서주

연말 용산 오픈 앞두고 에르메스·샤넬 입점 저울질<br>롯데면세점에 새 둥지 튼 루이비통과도 관계 '서먹'<br>"이제 상품구성 시작 단계… 주요 브랜드 최대한 유치"

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서는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

지난 5월 25일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참석한 정몽규(오른쪽 첫번째)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가운데) 호텔신라 사장이 시내 면세점 사업자선정 신청지인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아이파크몰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이 연말 용산 오픈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명품 암초'를 만났다. 명품 '톱 3'인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이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입점을 거부한 것.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표방한 HDC신라로서는 '톱 3'가 모두 빠질 경우 브랜드 구성이나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서 신라 장충점, 롯데 소공·월드점, 동화면세점에 입점된 에르메스는 글로벌 본사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점포 제한 전략에 따라 HDC신라에 입점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당혹감에 빠진 신라 측이 재차 입점을 요청했지만 에르메스 측은 "장충점에서 빼서 HDC로 가는 게 낫겠냐"며 글로벌 전략상 추가 입점은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는 전언이다. 에르메스가 HDC에 입점할 경우 장충·소공·월드·동화 중 한 곳에서 빠져야 하지만 4곳 모두 실적이 좋아 굳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신규면세점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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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역시 입점해 있는 소공·장충·월드점 매출이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HDC신라 입점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럭셔리 브랜드를 지향하는 샤넬의 경우 특히 점포 수에 민감한 탓에 제주에서는 최근 신라면세점 제주점 한 곳에만 오픈했다. 이 때문에 서귀포 중문단지 내 매장을 제주 시내로 이전하면서 샤넬 입점을 위해 1층을 비워놓은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난감해 하고 있다.

아울러 신라면세점은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전에서 보유하던 루이비통 부지가 롯데면세점으로 넘어가면서 루이비통 면세점 사업권도 소멸됐다. 2011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루이비통 세계 첫 면세점 입점 유치를 위해 직접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만나는 등 크게 공을 들인 것과 달리 4년이 지난 현재 루이비통은 자의와는 무관하게 롯데면세점에 새로 둥지를 트게 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이 루이비통 입점 당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기대보다 투자 및 지원이 신통치 않아 루이비통이 상당히 섭섭해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루이비통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협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루이비통 입점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최고 명품들의 '노 입점'이 문제 되는 이유는 메이저 부티크가 없을 경우 화장품 브랜드만 보고 중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인 만큼 어떤 브랜드가 입점돼 있느냐가 위상을 좌우하지만 핵심 브랜드가 빠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뿐 더러 그 큰 매장을 메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천공항 면세점이 오는 9월 여는 데 이어 시내면세점 오픈도 연말로 앞당겨지면서 브랜드들과의 협상 시간이 촉박한 점도 신라면세점에게는 걸림돌이다. 이에대해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MD(머천다이징) 구성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여서 섣불리 단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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