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찾아 고향으로 간다. 그리움을 털어버리려 고향으로 간다. 잊을래야 잊혀지지 않고 지울래야 지워지지 않는 고향으로 귀성한다. 귀성길은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만발하여 도열한 꽃 길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의 풍요와 넉넉함이 있는 길이다. 일년 내내 도시의 삶에 무게를 털고 그리운 가족과 이웃을 만나는 평화의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귀성은 왁자지껄 북적대고 다소의 소란이 함께하게 마련이다.더욱이 올해의 추석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환란의 쓰라린 고통을 얼마만큼은 걷어냈기 때문이다. 경제가 살아나고 공장이 돌아가면서 실업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일까, 20세기 마지막 한가위여서 일까. 귀성 인구가 더 늘었고 더 활기차다. 설레임도 더한 것 같다.
그러나 한자락으로는 서운하고 걱정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추석이 더 서럽고 쓸쓸한 이웃이 많이 있어서다. 고향이 있으되 가지 못하는 이웃,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 찾아와 주거나 돌봐 줄만한 피붙이가 없는 고아원과 양로원의 사람들, 수출 때문에 추석을 잃어버린 근로자들, 이들은 귀성이 없는 실향민이다.
올 한가위의 풍경은 태풍으로 얼룩지게 되어 아쉽다. 추석에 내리는 비와 바람은 아무래도 축복이 아닐 것 같다. 그것도 태풍과 강풍이어서 풍년송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지난 호우에 당한 수재가 아직 아물지 않은 터에 다시 비바람이 몰아쳐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
고향에 가고 오는 길에 가슴아픈 이웃을 보살피고 함께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리라. 보살피고 돌보는 사랑을 같이 하는 행복나누기가 절실한 계절이다.
특히 한가위 연휴엔 들뜨고 해이해지기 쉽다. 이럴 때일수록 기초질서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명절 기분에 들떠 방심하다가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흠집내고 크고 작은 사고에 휘말리기 쉽다. 혼란을 부채질 할 수 있다.자제력과 지혜로운 언행으로 평온한 연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고향가는 길이 넉넉하듯이 돌아오는 길도 차분했으면 좋겠다. 부모와 조상에 드리는 정성이 애틋했듯이 받아오는 사랑의 보따리도 따뜻하여라. 그래서 돌아온 일터가 오순도순 활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