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무주(無相無住)'
정인진(58ㆍ사법연수원 7기ㆍ사진)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의 명함에는 이 네 글자가 적혀있다. 불법의 근본은 무아(無我)이며 집착 또한 없는 것이라는 금강경의 문구다.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과는 다소 모순돼 보이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와의 인터뷰는 '정의'에서 출발했다. 정 대표변호사는 법조계를 지망하는 이들이 돈만 좇는 상황을 꼬집으며 우려했다.
"요즘 변호사 하겠다는 친구들은 모두 M&A 전문이 되겠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말을 꺼낸 그는 "우리는 법과 이념, 정의 이런 것만 생각하던 세대였죠"라고 회상했다. 군사독재가 청춘의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었던 '72학번'다웠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바른'이라는 로펌의 이름에 대해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바른'이라는 이름을 환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 대표변호사의 지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사람들은 로펌이 바른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을 원한다"고 직설을 날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의가 강한 것인가 혹은 강한 것이 정의로운가라는 고민을 던지는 얘기입니다만, 그래도 (바른이) 바른 길을 가는 로펌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른 길을 향하는 로펌의 이상향은 무엇일까. 정 대표변호사는 "굵직한 사건, 거시적인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시적인 사건도 챙기는 로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집단적 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당사자를 대신해 재판에 서거나 공익을 위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꼽았다. 중재활동을 포함해 광범위한 분쟁해결 기관의 대리를 맡는 것도 바른이 해나가야 할 영역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아울러 지적재산권과 조세, 공정거래 관련 분야에서 송무와 자문의 경쟁력을 골고루 키워나가는 것도 목표 중의 하나라고 정 대표변호사는 설명했다.
송무에서 첫 발을 뗀 바른은 재판에서의 성과가 뛰어난 반면, 자문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펌을 구성하는 두 분야의 고른 발전을 위해 정 대표변호사가 생각하고 있는 답이 궁금했다.
"자문 영역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로펌과 합치는 것입니다. 그게 첫번째 과제죠."
그는 "자체적으로 키우기는 힘들다. 가능한 한 어디든 합치거나 끌어들여와야 한다"며 "자문에서 시작한 대부분의 로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셈이지만 송무를 중심으로 커 온 구조를 바꿀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법률시장 개방 이후 해외 로펌과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정 대표변호사는 "개방은 저희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며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외국 로펌과 제휴하는 등의 특별한 계획이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영미계 로펌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바른의 새 식구가 된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되도록 많이 뽑아 취업의 기회를 주고 그들 간의 경쟁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걸러낸다는 방침을 밝혀 '반값 변호사' 논란에 불을 지폈던 바른은 이번 연도에 지방권 로스쿨 졸업생을 포함, 15명을 채용했다.
정 대표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경력이나 출신학교가 다양하고 적극적 자세로 임한다"며 "법인 운영면에서 소속 변호사들의 전체적인 체질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우리 법조계는 훗날 로스쿨 출신 법률가만으로 구성되는 시기가 오게 된다. 그건 필연적이다"라며 "변호사로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3년 경기 출생 ▦서울경동고등학교ㆍ서울대 법대 졸업 ▦사시 17회(사법연수원 7기) ▦1980년~1990년 수원지법ㆍ서울민사지법ㆍ강릉지원ㆍ서울고법 판사 ▦199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 1991년~1997년 부산지법 울산지원ㆍ수원지법ㆍ서울동부지원ㆍ서울지법 부장판사 ▦1999년 부산고법 부장판사 ▦2000년서울고법 부장판사 ▦2004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