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치킨집 등 외식업에 뛰어들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지가 1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WSJ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대부분의 사원을 50대에 해고하는 반면 연금 체계는 열악해 기업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 가운데 상당수가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치킨ㆍ피자집을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한국이 12개로 미국의 6배, 일본의 2배에 달하며 특히 치킨집의 경우 지난 10년간 세 배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WSJ는 소비자들의 외식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업체는 계속해서 늘어나 음식점들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50대 강효선씨, 60대 성명식씨 등 이 신문과 인터뷰한 사람들은 "휴일 없이 일해도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음식점을 준비 중인 사람들을 뜯어말리고 싶다"고 증언했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음식점들이 대부분 빚을 내 탄생하는 것들이며 이로 인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막대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WSJ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가처분 소득의 136%로 미국의 103%를 크게 앞서고 있으며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140%)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WSJ는 한국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채무자의 빚 일부를 탕감해주고 있지만 현재까지 수혜자는 15만5,000명에 불과해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심각하게 위험한 수준"이라며 "수많은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자산을 담보로 음식점을 열고 있다. 그들은 빚을 비생산적인 소규모 자영업에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