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 23일 6,414계약(거래대금 3,4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데 이어 24일에도 338계약을 순매수, 그동안 보여온 매도 일변도의 큰 흐름에서 벗어났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순매수는 선물시장 수급상황의 판세를 매수 우위로 되돌려놓았다.그동안 현물주식시장을 짓누르던 악재로 외국인의 선물매도가 크게 작용한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대량 선물매수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의 누적순매도포지션 추이를 보면 지난 7월23일부터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선 이들은 지난 13일까지 1만계약 이상의 순매도 잔액을 유지했다. 이때만 해도 대우사태를 계기로 외국인이 한국을 떠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창 수익증권 환매우려가 제기되던 지난 16일 6,606계약을 순매수하면서 누적순매도 잔액을 크게 줄였으며 24일 현재 누적포지션은 2,361계약 순매도로 축소됐다.
◇외국인 선물 순매도 잔액 감소 왜 중요한가=외국인의 선물잔액 추이는 주식시장에 알게 모르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왔다. 다만 즉각 효과가 반영되지 않다 보니 줄곧 간과됐을 뿐이다. 지난해 11월20일께 외국인투자가들이 사흘 연속 2만계약의 선물을 순매수한 후 주가지수는 12월9일 선물옵션만기일까지 100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은 주가차익과 선물매수에 따른 차익을 이중으로 챙겨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국내증시에서 거둬들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가가 12월 초 발표된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을 알고 선물을 미리 산 것으로 추정했다.
◇대우사태에 대한 인식전환일 가능성 높아=일부 전문가들은 전날 외국인이 선물을 순매수한 것이 타이거펀드의 헤징성 매물이 정리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23일 대량의 SK텔레콤 주식을 자전형태로 넘기면서 주가하락에 대비해 취했던 선물 매도포지션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자 이를 정리해버렸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주식시장이 급격한 상승흐름을 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돈완(丘暾完) 한화증권 선물옵션 팀장은 『외국인의 환매수라고 해서 의미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며 『신규 매도물량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상당한 호재』라고 말했다.
김광정(金廣政) 샤콘느 투자자문 이사는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물량이 줄면서 현물 매수가 이어진다는 것은 시장의 주도권이 이들에게 다시 넘어간다는 뜻』이라며 『외국인들이 대우사태 전개방향에 대해 낙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물 전문가들은 이같은 견해에 동조하면서 주식시장이 일단 재상승국면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강용운기자DRAG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