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식품 한류 세계 음식지도 바꾼다] 입소문만으로 시장 뚫었다

스파우트껌·신라면·꽃게랑

기업들이 특정 지역을 전략적으로 정해 매장을 내고 제품을 수출하지만 롯데제과의 '스파우트껌', 농심 '신라면', 빙그레 '꽃게랑' 등은 해외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입소문 덕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뚫린 경우다.


스파우트껌은 씹으면 껌 속에서 액상시럽이 터져나와 색다른 맛을 내는 '센터 리퀴드' 타입으로 지난 1970년 국내에 처음 출시됐는데 당시 국내 시장은 쥬시후레쉬·후레쉬민트·스피아민트 등 주력 브랜드들에 밀려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롯데제과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미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중동 등 여러 지역에 소량으로 수출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껌 씹는 문화가 생소했던 중동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계피 맛의 시나몬향 제품이 예상 외로 인기를 끈 것. 기회를 놓칠세라 롯데제과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스파우트는 지난해 중동 수출 금액이 약 1,0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현지의 대표적인 껌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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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에 있는 매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농심 신라면도 입점한 사연이 흥미롭다. 이전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추운 알프스 정상에서 체온을 덥히기 위해 직접 신라면을 가져와서 먹기 시작했는데 매점에서 신라면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점점 늘자 매점 주인이 현지 거래선을 통해 신라면을 판매하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는 신라면블랙컵도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융프라우 매점에서 싸이가 광고 모델로 활동한 신라면블랙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유럽의 명소인 융프라우 정상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유럽 주요 유통매장 공략에 활용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 4대 유통기업인 테스코·모리슨·아스다·세인즈베리에 모두 신라면을 입점시켰고 지난해에는 스위스 최대 유통기업인 미그로스, 네덜란드 공항 매점인 그랩앤플라이와 신라면 등 라면 판매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현재 신라면을 판매 중인 레베·에데카·메트로 등 독일 유통기업에 수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유럽은 외국기업에 장벽이 높은 시장이지만 농심은 신라면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력에 힘입어 유럽에서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빙그레의 스낵 꽃게랑은 1990년대 초 부산항을 왕래하던 러시아 선원들의 입소문으로 러시아 진출에 성공한 사례다. 심재헌 빙그레 러시아수출 차장은 "당시 국내 매장에서 꽃게랑을 구입해 러시아에 가져가는 러시아 선원들이 많아지자 현지 무역상의 요청으로 1992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출이 시작됐다"며 "내륙인 시베리아의 특성상 해산물이 소고기보다 더 비싼 고급음식이기 때문에 해산물 모양과 맛이 나는 꽃게랑이 인기를 얻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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