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사실상 침몰 기로에 놓인 도하라운드를 대체할 새 협상 테이블을 처음으로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관세 문제 등을 두고 선진국과 신흥국이 대립하는 데다 많은 회원국들이 2012년 안에 중요한 국내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TO 153개 회원국 대표들은 28~29일(현지시간) WTO본부가 있는 제네바에 모여 도하라운드 폐지와 새 무역라운드 창설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른바 ‘플랜 B’라 불리는 이 계획은 지난 2001년 도하라운드가 출범 당시 내세운 자동차ㆍ공산품에 관세 폐지, 농산물 보조금 지급 등의 의제를 폐지하고 대신 전 품목에 대한 공통관세 기준 마련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 밖에 무역분쟁 조정 시스템 개혁, 친환경 교역 협력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WTO가 지난 2001년부터 주도한 도하라운드는 일찍부터 실패할 징조를 드러냈다. 도하라운드는 ‘개도국 개발’ 의제를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지난 10년 사이 중국과, 인도가 놀라울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리자 미국 및 유럽연합(EU)은 공산품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농작물에 대한 관세 장벽을 낮추지 않겠다고 맞서는 등 양측간 이해관계 차이로 난항을 거듭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주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도하 라운드 협상이 ‘중대한 실패 기로’에 처해 있다며 도하 협상을 전면 재검토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플랜 B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여전히 관세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회원국이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새로운 무역 협상 테이블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도하라운드를 축소하려 하는 것은 WTO가 사실상 새로운 무역라운드 테이블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라면서도 “새로운 논의 테이블이 적합한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