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위치한 H&M홈 매장.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인테리어 트렌드 중 하나인 북유럽 스타일의 침구와 생활 소품들이 가득하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둘러보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패션기업인 H&M의 국내 1호 라이프스타일숍이다. 주부 최경원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실에 둘 만한 소품을 보러 나왔다"며 "캔들과 쿠션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픈 첫날 문도 열기 전에 수백명이 문 앞에 줄을 섰을 정도로 한국 상륙 전부터 H&M홈은 소비자로부터 주목받았다. H&M코리아 관계자는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2주일 정도 지났는데 벌써 상품들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현재 추가 매장 오픈을 위해 장소를 몇 곳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은 생활소품·가구·침구·소형가전·욕실용품·주방식기 등 집안 생활 전반과 관련된 상품을 모두 아울러 일컫는 상품 카테고리로 이들을 한데 모아 한 곳에서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은 선진국형 매장으로 불린다. 이미 유럽과 북미·일본 등지에서는 스타일별·가격대별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자리잡았다. 국내의 경우 시장 도입기지만 소득 수준 증가와 함께 곧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업체는 물론 국내 유통업체들까지 속속 라이프스타일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문을 연 롯데월드몰에는 H&M홈과 무인양품·리바트스타일숍·로라애슐리·센트홈·카르텔·리비에라메종 등 다양한 국내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포진했다. 오는 27일 리뉴얼 오픈하는 코엑스몰 역시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의 국내 1호 라이프스타일숍과 신세계그룹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 대형 매장이 오픈한다. 코엑스몰에 인접한 파르나스몰도 마찬가지. 이곳에는 니코앤드·마리메꼬·SOP 등이 입점했다. 국내 유통업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강남 상권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유통 담당 연구원은 "소득이 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집안을 꾸미려고 한다"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이르면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발전하는 것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늦어도 오는 2016년께 3만달러 시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도 1993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고 이때부터 2000년대까지 라이프스타일숍들이 잇따라 생기고 성장했다.
소득 증가와 함께 '젊은 1인 가구'와 '월세 시대'라는 한국형 주거문화는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 성장의 또 다른 동력으로 꼽힌다. 이사가 잦고 거주 공간 면적은 넓지 않아 내구성을 강조하는 고가 가구보다는 합리적 가격대의 가구와 트렌디한 소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글로벌 업체들은 그간 한국 시장을 지켜보다 최근 들어 서둘러 속속 국내로 진격해오고 있다. 니코앤드·H&M과 자라에 이어 이케아가 곧 영업을 시작한다. 일본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도 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강남역 플래그십스토어에 잠실 롯데월드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도 넓은 영업 공간을 차지했다. 무인양품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상사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롯데의 복합몰 오픈 때마다 동반 출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에 맞서야 하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가구업체인 리바트를 인수한 후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취급 상품을 가구 중심에서 가구 주변 상품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자주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주는 2012년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대형마트 공급용 저가 생활용품 이미지를 버리고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선언했다. SI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그 나라의 문화생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자주는 다른 브랜드들이 지향하는 유러피언 스타일 대신 코리안 스타일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SI 측은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 성장에 따라 자주의 매출이 올해 1,800억원에서 2020년에는 5,000억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밖에 이랜드는 중저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모던하우스'에 이어 이보다 더 싼 '버터'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현재 유통 대기업들이 모두 열을 올리고 있는 복합몰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할 것"이라며 "소비자의 몰링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많이 유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