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지방정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입 이후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자 무상의료ㆍ무상교육같은 복지예산을 늘리는 한편 공항과 도로 건설 등에 앞다퉈 재정을 쏟아 부었다. 방만한 '돈 풀기'는 오늘날 총 17개 지자체의 절반가량을 파산위험으로 내몰면서 재정위기의 부메랑이 됐다.
결국 지난달 20일(현지시간)부터 발렌시아와 무르시아 지방정부 등은 중앙정부에 줄줄이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앞서 유럽연합(EU)으로부터 최대 1,000억유로의 은행 구제기금을 지원 받아 한숨 돌리는 듯했던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 신청설이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당시 이른바 '마지노선'인 7%를 훌쩍 넘겨 7.621%까지 치솟아(국채 값 하락)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국채금리가 7%를 넘기면 자금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조달할 수 없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된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방정부 구제기금으로 180억유로를 조성했지만 지자체들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부채 357억유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궁지에 몰린 스페인 정부는 지난 7월 말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지역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1%로 묶는 긴급 부채상한선을 설정했으나 집단반발에 부딪혀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바클레이스캐피털에 따르면 카탈루냐와 발렌시아의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는 각각 21%, 20%로 추정된다.
안달루시아의 호세 안토니아 그리난 지사는 "상한선을 받아들이면 19개의 병원을 폐쇄하고 6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해고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조치는 지자체에 대한 "정면공격"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