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민들은 주택구입시까지 다섯 번의 이사를 하게 된다고 한다. 살림살이를 그득 실은 커다란 탑차와 고가사다리는 봄철의 익숙한 풍경이 된지 오래다. 우리는 지난 1970~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학업과 생업을 따라 불가피하게 잦은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선조들은 이사에 길흉화복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삶의 터를 잘 옮기지 않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면 집터의 기준을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 그리고 아름다운 산과 물이라 하며 이 중 한 가지도 버릴 수 없다고 하였는데 터의 중요성이라는 것이 그때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큰 의미를 갖는 이사. 한국감정원이 이러한 이사를 위해 21일 대구신서혁신도시에서 신사옥 착공식을 갖는다. 1981년 지금의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를 잡은 이후 오는 2013년, 만32년이 되는 해에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그 세월 동안 감정원은 감정평가 전문공기업으로 시작해 부동산 조사ㆍ평가ㆍ통계 전문기관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147개 공공기관이 2004년에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10개 혁신도시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지방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특화산업을 발전시키며 공공 부문 연관기업의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지방이전을 통한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결국 지방의 자립기반을 조성하게 되므로 궁극적으로 국가의 균형발전에 단초가 될 것이다.
지방이전으로 어려움도 예상된다. 수도권, 행정도시와의 왕래 문제와 생활기반의 변동에 따른 다소간의 비효율과 불편함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방이전이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다름 아닌 공기업으로서 국가적,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염집 이사처럼 떡을 나눌 수는 없지만 전국 34개 지점 일천여 식솔들의 보금자리가 될 대구로의 이사가 지역 주민과 관계당국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 속에 이뤄져 잘 정착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