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승기] 연비에 주행 재미까지 잡은 하이브리드차 렉서스 CT200h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차 ‘CT200h’.

자동차업계 종사자들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연비’라고 입을 모은다. 연비를 위한 노력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한 디젤 엔진과 일본 업체의 하이브리드 기술이다. 지난 12월 출시된 렉서스의 준중형 하이브리드차인 ‘CT200h’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현주소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연비경쟁의 한축을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0일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약 200㎞를 시승해봤다.

200㎞를 주행한 연비는 리터(ℓ)당 19.1㎞로 공인연비인 ℓ당 18.1㎞보다 높았다. 연비를 고려치 않고 거칠게 주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만 신경쓸 경우 ℓ당 20㎞ 는 쉽게 넘을 듯했다.

하지만 ‘CT200h’를 ‘연비’만 가지고 논하기에는 부족했다. 충분히 주행 재미를 갖고 있는 차였다.


첫인상은 파격적이다. 앞면은 웅크린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매를 닮은 렉서스 특유의 모습이다. 렉서스 브랜드 최초로 2색 디자인도 적용됐다. 검은색을 띠고 있는 지붕은 하얀색의 차체와 대비되어 강렬한 느낌을 더했다. 마치 “나 미래에서 온 차야”라고 외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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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을 시작하자 하이브리드차의 정숙함 속에서 차가 미끄러지듯 나가기 시작했다. 전기만을 이용하기 때문인데 조용히 미끄러지는 느낌은 최고급의 세단을 탄 느낌이다. 도요타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82마력의 전기모터는 웬만한 급출발에도 가솔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기모터의 활용 범위도 넓다. 배터리의 용량이 모자라지만 않으면 전기모터만으로도 시속 60㎞ 이하를 주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히 속력이 붙은 후에는 시속 80㎞까지도 모터만으로도 정속 주행을 할 수 있다.

속도를 내서 가솔린을 이용해 주행해봤다. 준중형 하이브리드차인 만큼 가솔린 출력이 다소 모자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최대 출력 99마력을 자랑하는 1.8ℓ의 가솔린 엔진은 급가속에도 큰 무리 없이 속도를 내준다. 압권은 스포츠모드였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꾸자 친환경을 상징하는 차량 계기판의 파란색 조명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엑셀을 밟자 전기모터를 이용해 주행할 때와는 다른 굉음을 내며 웬만한 중형 세단 못지않은 가속력을 보였다. 준중형 모델로 도요타의 ‘프리우스’ 크기인 ‘CT200h’의 최대토크는 35.6㎏·m으로 3,000㏄ 가솔린 기반인 기아자동차의 ‘K7’이나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기모터의 정숙성과 가솔린의 부드러운 주행 감각, 스포츠모드의 급가속 모두 만족할만한 ‘CT200h’는 하이브리드차임에도 운전 재미를 확실히 갖추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부 공간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그럭저럭 공간이 나지만 뒷좌석 공간은 준중형차라는 점을 감안해도 좁다. 요철을 넘을 때의 충격이 강하게 전달되는 점도 아쉬웠다. 낮은 중심의 차량인데다 소형차 수준의 바퀴 간 거리로 인해 전달되는 노면 충격은 심한 편이다. 가격은 수프림모델이 3,980만원, 시승한 F스포츠모델이 4,490만원이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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