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인재전쟁 새틀을 짜자] <하> 인재강국을 위한 필요조건

두뇌유치 전담기구 만들고 비자·체류 우대정책 강화해야

부처별 사업 18개 달해도 협업체계 없어 효과 적어

전문인력 영주권 혜택 등 이민정책 연계 전략 필요

기업선 고위직 성장 위한 인사 시스템 등 뒷받침을


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은 1997년 입사해 지금까지 18년째 근무 중이다. 입사 이후 11년간 한국에서 해외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올린 점을 인정받아 2002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임원(상무보)에 오른 그는 3년 만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09년 전무가 됐다. 그는 2008년부터 북미 지역으로 옮겨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스틸 전무는 외국인 우수 인재 유치의 성공사례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이런 사례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통상 2년인 계약기간을 채우기는커녕 그 이전에 기업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우수 인재 영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스틸 전무와 같은 사례가 많이 나오려면 유치한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사 정책과 경영지원 시스템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한 번 유입한 외국인 고급 인재들이 한국에 계속 남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체류 지원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인재 유치 전담기구 설치 필요=싱가포르는 인구가 적다는 핸디캡을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를 통해 극복한 대표적인 나라다.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기술대 등 명문대 유학생의 학비 절반을 정부가 장학금으로 보조하는 대신 졸업 이후 3년 동안 싱가포르에 남아 일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대학·기업의 유기적 연계에도 불구하고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자 '콘택트 싱가포르'와 같은 전담기관도 설립해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해외 인재 유치와 관련된 사업이 부처별로 총 18개에 이르지만 협업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유치는 물론 활용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부처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해 국무총리 산하 외국인정책위원회에 설치된 '전문인력 유치지원 실무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외국인정책위의 예산 권한이 없어 실행력이 떨어지고 부처 협력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정책위의 권한을 강화해 범정부적 협업을 활성화하고 민관 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인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KOTRA 내에 설치한 '컨택 코리아'의 기능을 강화해 전담기구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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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체류 우대정책 강화 요구돼=미국은 창업가 중 이민자 비율이 1996년 13.7%에서 2012년 27.1%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세계 수준의 창업 환경과 국가 매력도 등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인재 유치 정책도 한몫했다. 대표적인 것이 H1B 비자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학사 학위 이상의 능력을 갖춘 외국인에게 3년의 체류 기간을 부여하고 필요한 경우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미국인과 동일하게 정규적으로 채용하고 쿼터를 대폭 확대한 결과 미국 내 외국 전문인력은 2012년 14만5,216명으로 2010년에 비해 14%가량 늘었다.

싱가포르도 전문기술직·관리직·특별기술자를 비숙련 근로자와 따로 분류해 'E패스'라는 취업 비자를 준다. E패스를 가진 외국인은 영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고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계속 남아 생활하면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영주자격 신청에 필요한 국내 체류기간을 기존 12년에서 5년으로 줄였지만 첨단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나 과학·경영 등 특정 분야 능력자 등 최근 5년간 영주자격을 부여받은 해외 인재는 291명에 그치고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국처럼 외국 전문인력이나 외국인 유학생을 잠재적 이민자로 간주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외 우수 인재 유치·활용을 이민정책과 연계해 보다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 성과보다는 활용·육성 시스템 갖춰야=정부 정책뿐 아니라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의 해외 인재 운용 전략과 조직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법인이 늘어나고 외국 직원이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인사운영 표준화와 시스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기업에 국한돼 있다.

스타급 임원 영입과 함께 잠재력이 있는 중간 실무자급을 채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흐름에 맞춰 이들이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대기업의 해외 인력 채용 담당자는 "아직까지 해외 인력들이 한국 내에서 성장해 고위직까지 올라간 사례가 많지 않아 이를 '유리 천장'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서 "해외 우수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기업들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인재로부터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조직문화도 장기 근무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 영입한 만큼 그에 걸맞은 실적을 거둬야 하지만 1~2년 만에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은 만큼 특정 이슈나 단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영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긴 안목을 가지고 활용도를 높이는 인력 운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황소영 HR코리아 상무는 "외국 인력들의 국내 체류기간이 짧은 것은 단기 활용형이 많은 탓도 있지만 구직 정보 제공과 모니터링 등 잔류시스템이 부재한 탓도 크다"며 "진정한 인재 강국이 되려면 해외 우수 인재의 지속적 관리와 네트워킹 등 활용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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