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질서와 규범/이관우 한일 은행장(로터리)

자기 자식 귀엽지 않은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식사랑은 유별난 것 같다. 그 유별난 애착이 교육열로 변하여 우리 경제성장의 밑바탕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과외 열풍같은 부작용도 없지 않았지만 전국민의 교육열이 경제성장을 이끌어온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OECD가입의 원인도 자식사랑에 있는 셈이다. 최근 경제 전망은 어두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의 앞날은 밝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제자식 아끼는 마음이 계속되는 한 사회도 더욱 나아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질에 있다. 적어도 OECD회원국 수준에 걸맞는 자식사랑이 요구되는 것이다. 얼마전 주말의 고속도로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목격한 적이 있다. 거북이 걸음의 바로 옆 차량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일가족이 함께 타고 어딘가 가고 있는 장면이 보기에 좋았다. 젊은 가장의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 나들이를 보면서 일에만 파묻혀 지냈던 옛시절이 생각나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교통체증을 잊을 만큼 좋았던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멀쩡한 차내 재털이를 두고 담뱃재와 꽁초를 창밖으로 던지고 빈틈만 생기면 이리저리 끼어드는 가장의 모습에서 불쾌감까지 일었다. 어린 자식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발상은 이제 고쳐져야 한다. 자기 편의만을 위하여 무질서를 마다않는 환경속에서 자라난 어린 아이들이 장차 어떤 인간이 되겠는가. 우리 경제가 고속도로에서 만난 젊은 가장처럼 자가용으로 주말 나들이를 즐길만한 부와 여유가 있더라도 질서와 규범을 지키지 않는다면 세계인에게 근본없는 졸부로만 비춰질 뿐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내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우리를 스스로 가다듬을 때다. 개인의 자기성찰과 수양, 사회질서와 규범이 곧 경쟁력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자식사랑은 사회 전체의 밝은 미래를 낳게 하는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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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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