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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파푸아뉴기니로 3박4일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 2010년 42억달러 규모의 'LNG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 파푸아뉴기니는 대우건설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대우건설은 향후 파푸아뉴기니의 가스 관련 플랜트 발주량이 1,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 사장은 국내외의 다른 건설사들보다 수주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아 영업활동을 펼친 것이다.
#2.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도 해외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매달 한두 번은 꼭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혀 있다. 최근 수주한 5억8,900만달러 규모의 홍콩 지하철 공사 역시 정 부회장이 직접 홍콩을 방문해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가 크게 늘고 있지만 대부분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어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중남미와 태평양 지역으로까지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대형 건설사 신시장 지사 개설 활발=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 들어 이라크 바스라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콜롬비아 보고타 등지에 해외 지사를 잇달아 신설했다. 대부분 대우건설이 처음 진출하거나 10년 이상 수주가 없었던 곳이다.
해외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업체는 대우건설뿐만이 아니다. 대림산업은 3월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신설했다. 1960~1970년대만 해도 베트남은 대림산업의 텃밭이나 다름없었지만 최근에는 공사 수주가 뜸했던 곳이다. 대림산업은 베트남뿐 아니라 인근의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에서 발전플랜트와 고속도로, 신도시 개발 등 발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자 인도차이나 지역에 대한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도 호주ㆍ홍콩ㆍ터키ㆍ칠레 등지에 조만간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현대건설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해외 지사 설립의 전(前) 단계인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건설사 탈중동 러시 왜?=건설사들이 중동 이외 지역에 지사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사업 구조로는 안정된 수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세가 급변하거나 유가가 급락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중동국가들이 발주 물량을 갑자기 줄여 국내 건설사의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중동 지역에서 유럽 건설업체와의 경쟁이 부쩍 심해져 국내 건설사의 수주실적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7월 현재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202억달러로 지난해(178억달러)보다 13.5%가량 늘었지만 한화건설이 5월 수주한 이라크 신도시 사업(77억5,000만달러)을 제외하면 지난해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중동을 비롯해 싱가포르 등지의 지사에서 예전과 달리 유럽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며 "올해 중동 지역 수주실적이 악화된 것도 유럽 업체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갈 길 멀다"…시장 다변화 과제 산적=해외 신시장 개척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선진국 건설업체들의 텃밭인 북미와 유럽 지역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데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벽은 여전히 높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단독으로 선진국 시장에 진출해 인정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선진국 건설사와의 업무제휴 등을 통해 꾸준히 실적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국에 흩어져 있는 대사관이나 영사관 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건설업계와 공유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건설협회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보다 강화하고 조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2010년 해외건설정보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해 현재 지역 거점별로 협회 지부를 7개까지 늘렸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더욱 확대해 업체끼리 공유할 수 없는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체계적으로 정립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