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日 원전 사태 왜 커졌나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센다이 지역에 진도 9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하고 이어 10m 이상의 쓰나미가 덮쳐 센다이현의 모든 것을 휩쓸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쓰나미는 후쿠시마에서 운전 중이던 원자력발전소의 냉각 계통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결국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 비상사태에 무너진 비상용 전력 후쿠시마 발전소는 강진이 발생하자 설계한 대로 운전이 정상적으로 정지됐다. 동시에 모든 전기 계통도 정지됐고 이에 외부에 준비돼 있던 비상 디젤발전기를 가동, 고온의 핵연료를 냉각시켰다. 그러나 약 한 시간 후 발전소에 밀어닥친 쓰나미는 비상 전원을 파손시켰으며 이에 따라 원자로 내의 모든 전기 계통이 마비됐다. 물론 원자로 내에서 다시 핵분열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핵연료에 남아 있는 엄청난 양의 열을 제거하지 못하게 되자 핵연료를 둘러싸고 있는 피복재가 상당 부분 손상되기 시작했다. 핵연료 피복재는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된 방사성 물질들을 가두는 역할도 하는데 이 피복재가 깨지면서 갇혀 있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다행히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용기는 온전해 방출된 방사성 물질들을 용기 밖으로 내보내지는 않았으나 뜨거운 핵연료에서 지속적으로 열이 발생해 더 많은 피복재가 손상됐고 남아 있던 냉각재(물)는 고온으로 인해 끓기 시작했다. 이는 과도한 수증기 발생을 초래했으며 지르코늄 피복재가 뜨거운 수증기와 반응해 많은 양의 수소가 생성됐다. 이렇게 생성된 수소와 수증기의 일부가 새어 나와 밖에 있는 격납건물에 가득 차게 됐고 수소는 산소와 극렬한 반응을 일으켜 결국 격납건물을 파손시킨 것이다. 원래 격납건물은 원자로 용기에서 새어 나오는 방사성 물질들이 외부 환경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이 건물이 붕괴됨에 따라 방사성 물질들이 여과 없이 대기로 방출, 주민들이 피폭을 받게 된 것이다. 유사한 경위로 1호기에 이어 3호기ㆍ2호기, 그리고 4호기까지 모두 격납건물을 잃게 됐고 대기 중의 방사선 농도는 한계치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지역 주민들을 소개시키기 시작해 처음에는 발전소에서 3㎞ 밖으로 대피시켰으나 방사선 농도가 점점 짙어지면서 10㎞, 20㎞ 밖으로 대피시키게 되었다. 이어 2호기에서는 원자로용기를 둘러싸고 있던 격납용기의 일부인 압력감압장치(suppression pool)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핵연료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오면 바로 대기로 방출되는 더 위험한 상황이 됐고 이로 인해 대기 중의 방사선 농도는 일시적으로 한계치의 80배에 이르기도 했다. 18일 오후 기준으로 발전소 본관 북쪽에서 측정한 방사선 농도는 한계치의 4배 정도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복구된 전력에 사활 걸어야 일본 정부는 핵연료의 용융을 막기 위해 피폭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자로에 냉각수를 주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았다. 동시에 전력을 공급해 냉각펌프를 동작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18일 오후까지도 원활하게 복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력 복구는 지금으로서는 가장 최선이다. 전력이 복구돼야만 멈춰 있는 냉각펌프를 재가동시키고 수증기 압력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그러면 핵연료의 용융이 더 진행되지 않게 막을 수 있어 대기 중의 방사선 농도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방사선 피폭을 무릅쓰고 작업하는 분들의 희생적인 노력이 결실을 거둬 전세계가 방사선 공포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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