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구리 등 소재 재편시기 과감한 투자·발빠른 시장대응 결실

■ 부품소재 中企 日 아성 뚫다<br>원자재값 상승·日지진으로 산업패러다임 빠르게 재편… 국내 中企 성장 발판 제공<br>투자 여력 잃은 일본 기업도 한국산 제품으로 눈길 돌려

엠케이전자 용인공장의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이 생산된 본딩와이어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엠케이전자


반도체 부품 업체인 엠케이전자는 올 들어 팔라듐코팅 구리 본딩와이어 분야에서 일본 굴지의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도체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본딩와이어의 소재가 금에서 구리로 재편되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과감히 기술개발에 투자한 노력이 값진 성과로 돌아온 것이다. 엠케이전자는 이미 일본의 스미토모금속ㆍ다나카금속을 추월한 데 이어 연내 일본의 NWC까지 따라잡아 구리 본딩와이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를 계획이다. 문정탁 엠케이전자 최고기술경영자(CTO)는 "금값이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본딩와이어의 소재 변경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2년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팔라듐코팅 구리 본딩와이어가 오는 2015년까지 금 와이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대체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순위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국내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높아진 기술력과 발 빠른 시장 대응력을 앞세워 일본의 아성을 잇따라 공략하며 글로벌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점도 국내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브라운관에서 LCD로 TV의 패러다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삼성ㆍLG 등 국내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며 "일본 지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산업구도 변화가 국내 부품소재 산업에 커다란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장기불황에 따른 투자위축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꾸준한 시설투자를 통해 과감한 베팅에 나섰던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ㆍ동남아 등 신흥국이 무섭게 생산량을 늘리며 부품소재의 거대 수요처로 떠올랐지만 일본의 생산능력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장비용 부품업체인 성보P&T는 이달에만 일본업체 2곳의 생산라인 견학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일본산 부품을 수입해오던 성보P&T는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에 굴착기용 유압 시스템 수출에 나선 데 이어 올해 일본시장에서만 30억~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병운 성보P&T 상무는 "일본이 지난 10년간 불황으로 설비증설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생산능력이 수요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부품가공 기술이나 소재 측면에서 중국을 압도해 일본의 최대 부품조달처로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발전기 생산업체인 보국전기공업은 올 들어 신규 일본 바이어에 7억원 상당의 고압발전기 두 대를 공급한 데 이어 200㎾ 규모의 저압발전기 세트도 10여대 이상 주문을 확보했다. 보국전기의 해외영업팀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에는 부품인 동체만을 판매해왔지만 최근 들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공급해달라는 주문이 늘어났다"며 "갑자기 늘어난 주문에 대응하기 힘들어 일본 바이어 측에 공급물량을 조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일본의 거대 부품소재 업체들과 기술제휴나 지분투자를 통해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새론오토모티브ㆍ삼익THK 등은 일본 기업들과 든든한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에 부품소재를 수출하거나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등 시장기반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외 전자 관련 업체들이 일본산 부품소재를 한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앞으로 신규 투자 여력이 없는 일본 기업들도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심은 글로벌 수요기업들이 일본 부품업체가 한국이나 중국ㆍ대만 등 다른 곳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일본은 특히 단순 생산공장만을 옮긴 과거와 달리 기술을 포함한 핵심 시설까지 해외로 옮기는 '신공동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을 국내로 유치해 국내 부품소재 공급 사이클에 선순환을 형성하고 근본적인 기술경쟁력 강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 부품소재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용지공급ㆍ세제혜택 등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지원을 뒷받침하고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을 통해 일본 현지에서 누릴 수 없는 수출효과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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