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우리나라 광공업 생산이 2년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큰 폭의 마이너스를 예상했던 정부는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어 산업현장의 불안감은 깊어만 간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줄었다. 광공업 생산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6월(-0.6%) 이후 처음이다. 전월 대비로는 3.3%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다.
반도체 및 부품(8.3%), 석유정제(6.2%) 등이 지난해 1월보다 증가했지만 자동차(6.9%), 영상음향통신(-11.2%), 컴퓨터(-16.9%), 섬유제품(-12.4%) 등 대부분의 품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광공업생산을 3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광공업 생산감소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했던 탓이 컸다.
1월 광공업의 내수 부문 출하는 전년 동월에 비해 4.5% 줄었고 수출 부문 출하는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수 부문 출하는 2009년 5월 -8.1%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며 수출 출하도 2009년 9월 플러스 전환 후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내수와 수출의 동반침체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고는 전월보다 20.7% 줄었지만 지난해 1월보다는 20.9% 늘었다. 제조업 재고율은 108.2%로 전월 대비 6.7%포인트 감소했는데 이는 기업들이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7.8% 늘었지만 국내 기계수주는 2.6% 줄었다. 민간 부문의 전자 및 영상음향통신 장비제조업, 운수업 등에서 발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설수주는 공공과 민간 부문 주택ㆍ발전 등의 증가로 젼년 동월과 비교해 42.8%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0.6%로 전월보다 3.6%포인트 오르며 모처럼 80%대를 회복했다.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컴퓨터∙통신기기 등 내구재 판매(10.6%)의 호조로 전월보다 0.8% 늘었고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했다.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 1월보다 13.8% 줄면서 넉달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산업활동의 주요지표들은 이처럼 실물경기 침체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단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12월 지표들이 워낙 좋지 않아 이달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잘 나왔다"면서 "설 연휴로 1월 조업일수가 줄었음에도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3% 늘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산업생산ㆍ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 대부분이 전월 대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다만 설 이동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경기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