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의 정부1년] 경제성적표

「계기비행에서 시계비행으로」국민의 정부 1년동안의 경제성적표는 우리사회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속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헤쳐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위기를 맞아 국가경제는 부도위기 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으며 국민들은 잇따른 기업도산, 대량 실직, 초고금리 등으로 전대미문의 경제적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노숙자, 생계형 범죄, 개인파산 등 그동안 생소했던 IMF체제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치면서 한해를 보냈다. 또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존방식을 적응하는데 뼈아픈 대가를 치뤘다.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도 분담차원에서 고통을 같이했다. 물론 1년여의 짧은 기간동안에 경제위기를 모두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던 1년전에 비해 본다면 다소나마 희망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다. 지난 1년동안의 경제성적표를 부문별로 정리한다. ◇국가부도위기는 벗어났다 = 모든 여건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다시 외환위기가 올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최악의 상황은 확실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초기 39억달러로 바닥을 보였던 가용외환보유고가 올 2월 현재 522억달러로 늘어났다. IMF 구제금융과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만기연장,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 등 범국가차원의 외환 모으기 노력이 일단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특히 지난 97년 82억달러의 적자를 보였던 경상수지가 지난해 400억달러 가량의 흑자로 돌아선 것도 국가부도위기를 벗어나는데 큰 몫을 했다. 지난해 초 정부가 내세웠던 수출확대를 통한 외환위기 극복 계획이 어느정도 성공한 셈이다. 이에따라 외환위기 당시 2,000원대까지 갔던 환율도 1,100 ~ 1,200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쓰레기(정크본드) 취급을 받으면서도 외국인 투자는 97년 70억달러에서 98년 89억달러로 크게 늘어났으며 올 1월에는 9억6,700만달러로 1월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올해 외국인 투자목표를 150억달러로 잡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엔화 약세 등 외부적 불안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지만 5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97년같은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외신인도도 개선됐다 = 외환이 확보되면서 우리 경제를 보는 외국의 시각도 크게 바뀌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투자부적격으로 하향 조정되었던 국가신용등급이 정부 출범 1년만에 투자적격 상태로 돌아섰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피치IBCA가 모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상향으로 지난해 8월 러시아 위기 당시 10%까지 치솟던 외국환 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가산금리도 2%대로 떨어졌다. 발행당시 금리가 3%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한국물 채권에 대한 신뢰도, 즉 국가신용도가 회복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외신인도가 이같이 개선된 것은 정부차원의 노력이 큰 역활을 했다. 지난 3월 금융기관의 217억달러에 달하는 단기외채를 만기연장한 것을 비롯, 40억달러의 외평채 발행 성공 등으로 외환부족사태를 단기간에 극복했으며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외국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높였다. 특히 우리 경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외국 투자자들에게 제공해 투명성을 높였으며 코리아포럼, 해외 로드쇼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외부에 제대로 알린 덕택이다. 이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한국물 채권의 가격이 다른 개도국과는 차별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 회복세가 뚜렷하다 = 산업생산이 마이너스 10%대를 넘나들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지난해 11월 1.4%, 12월 4.7%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뚜렷히 개선되고 있다. 어음부도율은 IMF구제금융직후 2%를 넘어가는 최악의 상태를 기록했으나 지난 1월에는 0.13%로 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복귀했다. 또 제조업 가동율도 경제위기 전수준인 70%선을 회복했다.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 가동율등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각종지표들이 호전됨에 따라 경기동행지수도 지난해 9월이후 4개월째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7월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여 경기회복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투자와 소비는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감소폭이 지난해초에 비해 크게 줄고 있다. 실물경제회복세과 더불어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물가가 안정화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반만 하더라도 환율급등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3월이후 환율과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 수요부진 등이 겹치면서 안정세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평균물가 상승률은 7.5%를 기록, 같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태국, 인도네시아보다 상대적 안정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런 물가안정세를 바탕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을 3%내외에서 전망했다. 이같은 물가상승률은 성장이 재개되더라도 최소한 인플레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금융경색은 풀렸다 = 외환위기 직후 30% 수준의 초고금리가 한자리수로 안정되는 등 금융경색현상이 1년만에 크게 해소됐다. 환율안정,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대외여건이 안정된데다 정부의 재정지원, 통화의 신축적 공급 등으로 금융권의 풍부한 유동성이 바탕이 됐다. 이에따라 경제위기이전에는 상상키 어려운 한자리 금리시대가 열려 최소한 자금부문에서만큼은 경제위기 이전보다 여건이 나아졌다. 실제 97년말 콜금리, 회사채 금리수준은 30%대에 육박했으며 정부출범 당시인 지난해 2월에도 20%대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올해 2월현재 콜 금리가 5%대에 이르는 것을 비롯, 회사채 8%대, 국고채 7%대 등 한자리 금리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도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도 지난해 6월 300선아래로 폭락했으나 구조조정이 일부 마무리되고 실물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 반영돼 종합주가지수는 500포인트 선상에 있다. 주식시장 회복으로 기업들의 직접금융시장 이용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업은 여전히 최대현안 = 실업문제는 국민의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재도 최대 현안과제다. 구조조정과정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현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개혁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97년 외환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실얼률은 2~3%, 실업자수는 70만명 미만이었다. 그러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7.9%, 166만5,000명까지 2배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1분기 실업률도 8.3%, 176만명으로 최고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같은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지난해 10조원 규모의 실업대책을 수립, 집행했다. 올해도 2월중 공공근로사업에 35만명을 투입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1분기중 실업자가 180만명이 되도록 억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직업훈련 등의 확대를 통해 근로자의 재취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온종훈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