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조선후기 거장들의 묵향에 빠지다

김홍도·신윤복·장승업·김정희등<br>작가 33명 보물급 작품 총망라<br>동산방화랑 15~28일 서화전

황기로의 시고 4수

한국화(동양화) 전문을 표방하는 '인사동 터줏대감' 동산방(東山房)화랑이 28년만에 대규모 조선 후기 서화전을 마련한다. 15~28일 '옛 그림에의 향수'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임진왜란 이전의 작품을 포함해 조선시대 후기 작가 33명의 작품을 총망라한다. 출품작들은 하나같이 '보물급' 명작이다. 조선시대 초서 서예가를 대표하는 고산 황기로(1521~1567)의 글씨인 '시고(詩稿)' 4수는 임진왜란 이전의 희귀본으로 보물 제1625-2호에 지정됐다. 또 탄은 이정(1541~1622)의 '니금세죽(泥金細竹)'은 금박가루를 개어 그린 대나무 그림으로 댓잎의 치솟음과 늘어짐을 두 폭으로 표현한 수작이다. 조선 시대의 '3원 3재(三園三齋)'로 명성을 날린 단원 김홍도ㆍ혜원 신윤복ㆍ오원 장승업과 겸재 정선ㆍ현재 심사정ㆍ관아재 조영석의 그림도 빼놓을 수 없다. 겸재가 서울 북악산 부근을 그린 '부아암(負兒岩)'은 진경산수화의 묘미를 드러낸다. 세로 92cm의 대작인 '하산관폭(夏山觀瀑)'은 붓을 옆으로 뉘어 쌀알처럼 짧게 점을 찍는 미점(米點)법의 먼 산과 그 아래로 짙은 먹선이 기둥만 살짝 드러낸 초가집, 더위를 식히는 사내를 통해 진경을 기반으로 이상화를 더한 겸재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단원 김홍도가 생동감 있는 필치로 게를 그린 '어해도(魚蟹圖), 오원 장승업이 화조(花鳥)와 기명절지(器皿折枝ㆍ그릇과 각종 화훼)를 그린 병풍도 출품됐다. 현재 심사정의 꿩 그림과 산수도, '자화상'으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의 말 그림, 표암 강세황의 산수도, 이인문의 '수간모옥' 등은 조선 후기 대표화가들의 전형적인 화풍을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작품들이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 당대 난 그림의 양대산맥인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과 운미 민영익의 '묵란도'도 비교하며 볼 수 있다. 상업화랑의 태동기인 1974년 창업주 박주환 회장이 개관해 현 박우홍 대표로 이어진 동산방화랑은 오늘날 원로ㆍ중진으로 자리잡은 한국화가들을 배출해 냈다. 81~82년에는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 등의 자문으로 이름없는 무낙관 회화의 가치를 발굴해낸 '조선시대 일명회화-무낙관 회화 특별전'을 열었다. 이듬해 83년에는 '조선 후기회화전'을 통해 미공개 명작들을 찾아냈다. 상업화랑에서는 엄두도 못 낼 전시들이었고 미술계와 학계가 크게 주목했다. 동산방의 고서화 전시는 80년대 이후 공화랑ㆍ송원화랑ㆍ학고재 등 인사동 미술가에 영향을 끼쳤고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긴 시장 침체를 겪어온 고미술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호재를 만났다. 작품가 등락폭이 극심한 현대미술보다 안정적이고 가격이 저평가된 고미술이 '안전자산'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서울옥션은 올 봄 경매에 고서화와 도자류를 강조했고 옥션단ㆍAT옥션ㆍ공화랑 특별경매 등 최근 1~2년새 새로 생긴 고미술전문 경매회사들은 진위논란을 없애고 공개 경매를 통한 시장 신뢰도 확보에 애쓰고 있다. 40여년 동안 소장가들과 교류해온 동산방화랑도 이 같은 시장회생에 일조했다. 도판 해설에 참여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인사동 화랑가에 고서화 전시가 더 많이 더 자주 열리게 돼 미술계에 옛 그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2)733-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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