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6월2일 취임 일년째를 맞아 호평과 혹평의 시험대 위에 섰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장관이 유럽 재정위기 충격을 비교적 빨리 '초동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미시적 대응에 편중해 경제활력을 되찾는 데는 미흡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박 장관이 유럽발 쇼크를 비교적 빨리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외환시장에 대한 방화벽을 겹겹이 쌓은 덕분이다. 박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 일본ㆍ중국과 잇달아 통화스와프 확대에 성공함으로써 널뛰던 외환시장을 일거에 진정시켰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는 박 장관이 지난해 9월23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당시 중국과 일본 측 고위당국자에게 확대할 것을 제안하면서 물꼬가 트였다"고 전했다. 이를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이 동분서주 뒷받침하면서 300억달러 규모였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당초 예상됐던 500억달러를 훨씬 넘어 70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됐다.
박 장관은 주요 선진국ㆍ신흥국들이 국제 금융안전망을 확충하도록 합의하는 과정에서 숨은 조율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주요20개국(G20)이 유동성위기 발생시 중앙은행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이나 올해 아세안+3 회원국들이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를 두 배로 확충하기로 한 것 등은 박 장관의 조율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견인하는 데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외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큰 탓도 있지만 관계 당국이 거시적 대응을 자제하며 개별적이고 기술적인 해법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물가의 경우 정부가 거의 2~3주마다 한번꼴로 미시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서비스 부문 물가는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에 힘입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상품 부문의 물가는 아직도 4%대 고공 행진 중이다.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박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해 하반기 재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올해 5월10일 1세대1주택 비과세 보유요건 완화 등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거래침체가 여전하다. 고용은 총량적인 측면에서는 유럽 위기 이전 수준의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내실을 보면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위협요인이 여전하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거시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고 미시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즉효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다 거시적인 대응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씻어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다만 올해 정부가 추가적인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기에는 타이밍을 놓친 만큼 내년도 예산을 보다 적극적이고 내실 있게 꾸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듬해 경기를 낙관적으로 생각해 적기 재정대응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재연하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