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5만원권 출시 이후 꾸준히 감소했던 시중의 1만원권 수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의 1만원권 증가세가 단기적 현상인지 추세인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만약 추세로 확인된다면 5만원권과 1만원권의 '상호대체기'가 끝난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호대체기란 새 화폐가 출시될 경우 새 화폐의 사용량이 늘면서 자연스레 기존 화폐 사용량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시중에 5만원권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1만원권을 다시 찾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의 월별 화폐발행잔액을 보면 5월 말 현재 1만원권 발행잔액(시중에 풀린 1만원권 액수)은 17조 6,78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7% 증가했다. 1만원권 발행잔액은 5만원권이 출시된 2009년 말 전년 대비 12.9%나 하락했고 2010년 말에도 14%나 줄어들었다. 이후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8.8%, 7%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5.4% 증가하며 반전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1만원권 발행 잔량이 늘어나는 것을 추세적으로 단정하기는 아직은 어렵다"고 말했다. 월별 발행 잔량이 증감을 거듭하고 있고 명절 등 계절적 요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추세라고 판단하려면 올해 말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추세로 확인된다면 이는 5만원권과 1만원권의 상호대체기가 끝난 데 따른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5만원권이 처음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5만원권 사용을 급격히 늘리면서 1만원권 사용이 줄고 결국 발행잔액도 줄어들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상호대체기가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5만원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민이 5만원 대신 1만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시중의 1만원권 수가 다시 증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은의 말처럼 상호대체기가 끝난 데 따른 현상이라면 5만원권 발행잔액은 줄고 1만원권 발행잔액만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는 두 권종 모두 발행잔액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5월 말 현재 5만원권 발행잔액은 약 44조4,767억원으로 전년 동기(37조188억원)에 비해 20.1%나 불어났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5만원권을 쓰고 싶은데 5만원권이 품귀 현상을 보이니까 결국 화폐 수요가 1만원권으로 몰린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사람들이 지갑 속에 5만원권은 쟁여놓은 채 1만원권을 주로 사용해서 벌어지는 현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