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5> 예쁘긴 한데 단점이 있어, 그래도 만나볼래?

아이폰6(왼쪽)와 아이폰6 플러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을 뿐인데 알루미늄 케이스가 변형되고, 운영체제(OS)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내놓은 업데이트에는 심각한 버그가 나타났습니다. 눈치채셨듯이 애플의 야심작 아이폰6와 6 플러스 이야기입니다. 한 번 바꾸면 최소 1~2년은 함께해야 할 ‘연인’이나 다름없는데, 연애 시작 전부터 이런 문제가 발견되니 아이폰6를 점 찍었던 고객 중 고민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실 애플은 ‘밴드게이트’, ‘업데이트게이트’가 있기 전부터 각종 오류로 입방아를 찧었습니다. 케이스 없이 통화하게 될 경우 수신 감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안테나게이트’, 자체 지도의 부정확한 데이터로 원성을 산 ‘맵게이트’ 등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고 있죠.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스마트폰은 소개팅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선자 없이 당사자끼리 만나기 시작한 건 이미 꽤 오래된 일입니다. 주선자는 상대방 번호만 알려주면 됩니다. 그것으로 임무 완료죠. 그 후부터는 소개팅 당사자들이 장소, 시간, 날짜 등을 알아서 정합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연락하기 때문에 프로필 사진으로 외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이·직업 같은 필수정보는 번호 교환 전에 미리 전해 듣는 편입니다. 프로필 사진과 실물 간의 큰 차이 때문에 ‘지나친 포토샵의 폐해’에 대해 토로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대방 식별이 가능합니다. 각도, 조명 효과를 고려해 실물을 유추하는 건 이제 기본 상식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만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건 단 하나, 성격입니다. 여러 번 만나야 서서히 알 수 있는 덕목 중 하나로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이폰6의 ‘밴드게이트’ 논란은 소개팅의 맹점인 ‘성격 파악’을 도와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한번 사귀기로 하면 좋든 싫든 적어도 2년 정도는 함께 할 ‘연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24시간 붙어 있는 셈이니까요. 내 마음대로 쉽게 헤어질 수도 없고 설령 헤어진다 해도 새로운 연인을 찾는 데는 일반적으로 꽤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따라서 ‘예쁜 것만으론 부족해’라며 아이폰6를 쓰지 않을 사람도, ‘그래도 예쁜 게 좋다’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사전 단점 공개’가 손해 보는 일은 아닙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으로 인한 문제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이제 회사가 공개한, 즉 알리고자 하는 정보만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본인만 알고 마는 수동적 주체가 아닙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누구나 능동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 ‘밴드게이트’와 ‘업데이트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지난 9월 24~25일 애플 주가는 시장의 외면을 받은 바 있지만, ‘애플 바라기’ 고객은 여전히 많습니다. 최근 미국 IT전문매체 BGR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상·하단부가 청바지에 접촉했을 때 청색으로 이염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해 ‘다이게이트’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하는가 싶더니, ‘양호한 실적 발표’ 효과로 애플의 주가는 104.83달러(미국 기준 23일)까지 치솟았습니다. 또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예약가입을 시작한 지난 24일에는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사랑 받고 있는 애플은 이 같은 오명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벗을 수 있을까요. 애플의 아성에 영향을 줄 새로운 뉴스거리는 이제 없는 걸까요. 애플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