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에 반발해 일본 국채시장 공격 등 대규모 경제보복 폭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재로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3위인 일본 압박용으로 경제제재 카드를 거론하고 일본은 애써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태전개 과정에 따라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경제영토'를 둘러싼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면 양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19일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중일 경제전쟁의 시나리오와 파급효과를 예상해봤다.
◇중국, 대규모 경제제재 카드 검토=현재로서는 중국이 먼저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더 크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해외판은 지난 18일 사설에서 "경제제재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영토주권과 관련해 일본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은 17일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 기고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는 국가보안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경제제재를 허용하며 미국이 그렇듯 우리도 이 조항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 정부 차원의 국제법 적용에 대한 해석을 끝마쳤다는 얘기다.
이날 인민일보도 "일단 제재를 시작하면 비교적 살상력이 높고 일본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쓸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일본 제조업ㆍ금융업 ▦중국에 대한 특정 수출상품 ▦투자기업 ▦일본이 수입하는 전략물자 등이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 가운데 가장 손쉬운 경제제재는 무역봉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희토류 같은 전략광물의 수출을 중단하면 일본의 전자ㆍ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일본 국채시장을 공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일본의 부채는 1,024조엔(1경4,42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을 정도로 매우 취약한 구조"라며 "일본 재정은 18조엔의 일본 국채를 보유한 중국의 손에 달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메가톤급 악재지만 중국도 타격=일단 양국 간 경제전쟁이 본격적인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면 중국보다는 일본의 피해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실제로 올 1~7월 중국의 대일본 수출액은 863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다. 하지만 상반기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737억달러, 18%에 달한다. 당장 서로 공장 문을 닫을 경우 일본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일본에서 완제품을 주로 수입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원자재를 수입해오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서 추가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일본 내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2005년 중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 났을 때 일본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5.1% 줄었으며 현재는 중국 수출창구가 한 달만 막혀도 산업생산이 2조2,000억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NLI리서치의 사이토 다로 연구원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일본을 리세션(경기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승용차협회는 이날 "일본이 중국 자동차시장 판매 1위 자리를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독일에 내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지난해 쓰나미보다 더 큰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도 팔짱만 끼고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중국이 일본 국채를 투매하며 공격에 나서더라도 일본중앙은행(BOJ)은 이를 충분히 되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런 유형의 금융시장 공격은 장기적으로 엔화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중국에 63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올해 역시 7월 현재 47억달러를 쏟아 부어 홍콩에 이은 최대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중국의 대일본 투자는 지난해 5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미 중국의 임금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며 "많은 일본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을 떠나 다른 아시아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고 이날 지적했다. 일본이 중국에서 발을 빼면 중국 또한 실업문제와 같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