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계속된 대화제안에 정부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북핵 문제를 의제로 하는 역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또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도 포함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만일 이 같은 정부의 제안을 북한이 수락해 대화가 성사되면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는 한미의 대북 정책이 '제재'에서 '대화'로의 기조 변화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해석돼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날 "핵 문제를 남북 간 대화에서 논의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정부가 검토해온 사안"이라며 "시기는 미지수지만 북측에 핵 문제를 남북대화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의 한 소식통은 "UEP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확한 상격규정이 우선"이라며 "그에 따라 비핵화를 위한 사전정지 차원의 남북 간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하면서도 이번에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날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하면서 동시에 적십자 회담과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 및 개성공업지구 회담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개성에서 열자고 공식 제의했다. 특히 조평통은 이번 담화에서 남북 간 판문점 적십자채널과 개성공단 내 경제협력협의사무소 재가동의 뜻을 밝혔다. 적십자채널과 경협사무소는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따라 우리 정부가 5ㆍ24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자 북측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폐쇄ㆍ동결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화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다. 북한이 신년공동사설과 '정부ㆍ정당ㆍ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공식 제안하고 나서 정부가 이를 쉽게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북측의 제안 내용에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는 비난의 표현이 없는데다 이전보다는 매우 구체적이다. 여기에 대북 전문가들은 대남 비방을 일삼던 조평통이 지난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화를 제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연합성명에서 그동안 남측이 강조한 7ㆍ4 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굳이 줄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의해서다. 아울러 오는 19일 미국ㆍ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의 기류가 변화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정부가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대화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관련해 다른 회담에 앞서 적십자회담을 먼저 수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선 예의에 어긋난 북한의 대화 제의 내용과 방식이 국민 감정상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평통의 담화는 전화통지를 통한 공식제의 형태가 아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이뤄진데다 북측이 잇단 대남 도발에 대해 아무런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 등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데없이 '조건 없는'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다. 또 대화 제의의 진정성에 확신이 가지 않는데다 섣부른 대응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감도 대북 정책기조 유지의 주된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