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다음달 이란행 유조선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7월1일부터 EU 회원국들이 이란산 원유 수송과 관련된 모든 보험을 제공하지 않기로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는 데는 선적과 수송기간을 감안해 보통 한달 넘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7월부터 EU의 선박 보험 제공이 전면 중단될 경우에 대비해 당장 다음달부터 이란으로 유조선을 띄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가 이란산 원유 수송을 포기할 경우 다음달부터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국내 4개 정유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고 있는 곳은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 두 곳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아직 다음달 이란산 원유 수송 여부를 확정 짓지 못했지만 이달 안에 보험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역시 원유 수송작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당장 다음달부터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수입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쿠웨이트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중동 국가의 원유 수입을 늘리고 현물 구매비중을 높이는 한편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브렌트유에 붙던 3%의 관세가 없어진데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오르면서 브렌트유와의 가격차가 많이 좁혀진 만큼 이제는 브렌트유 수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도 카타르와 쿠웨이트ㆍ이라크산 원유의 수입 비중을 높여 이란산 원유 중단에 대비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EU의 보험 제공 중단을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그동안 EU 국가들을 상대로 유조선에 대한 재보험 문제를 협의해왔지만 지금까지의 진전 과정으로 봐서는 재보험 연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정유업계도 재보험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경우의 수송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1~3월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1,773만배럴로 지난해 1~3월 수입량인 2,280만배럴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올 1~3월 누적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도 7.5%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9.7%보다 2%포인트 넘게 줄어들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에 대비해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물량 조절에 나선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