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수출비상.. 돌파구는 있다] 5. 국가이미지 마케팅

지난주 한미 재계회의에 참석했던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원장은 무척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회의에 참석했던 미국 상무부나 월스트리트 고위관계자들은 연설 때마다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을 보면 6대이하 그룹은 잘하는데 5대그룹은 잘 안되고있다』는 얘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경제의 사활이 걸려있는 기업구조조정, 특히 5대 그룹 구조조정에 대해 외국인들이 갖는 이미지는 너무 부정적이다. 左원장은 『과연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못했다』며 『그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은 대로 막연히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5대 그룹에 대한 불신은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외국인들이 한국상품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금은 「국가이미지」가 수출을 좌우하는 시대다.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기업」을 신뢰한다면 좀 더 많이 투자하고 상품도 많이 살 것이 분명하다. 바야흐로 국가이미지 마케팅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이미지라고 해서 그리 거창한게 아니다. 『한국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라는 얘긴데, 과연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이처럼 과소평가받아야 하나』. 左원장의 이런 고민을 돼새겨보면 우리나라 수출의 돌파구와 국가이미지 마케팅의 실체가 분명히 떠오른다. 무역협회 한 말단직원의 말은 좀 더 솔직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이미지, 우리 기업의 미이지가 지금보다 좋다면 우리 기업인들이 외국사람과 대화하고 물건을 팔아먹기에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한다. 『한국 제품을 수입하면 나라이름만 알려도 기본은 팔린다』거나 『한국인들과 거래하면 터무니없이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기초적인 신뢰가 형성돼야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조사1본부장은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 시급한 국가이미지 마케팅은 바로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과를 제대로 알리고 평가받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또 『기업구조조정의 목적은 바로 국가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폄하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기업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전제한 金본부장은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의 불만스런 점들만 부각시켜 나쁜 평가를 자초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제대로 알리고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가이미지는 기업이미지와 중첩돼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세계의 수출현장을 누비면서 땀흘려 쌓아놓은 이미지가 곧 국가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국가이미지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기업들이란 뜻이다. 올초 전경련을 중심으로 민간경제계가 미국·유럽·아시아등지를 돌며 벌였던 로드쇼는 재계가 시도한 국가이미지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이제 국가이미지 관리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일도 많다. 어느 나라 정부든 자국 경제의 실상을 외국에 제대로 알리고 있는 그대로 평가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우리 경제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는 불만이 많다. 대한민국의 국가이미지를 정부가 앞장서 선전한 일이 한번 있기는 하다. 지난해초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국가부도의 위기에 내몰렸을 때 정부는 국가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설명회는 우리경제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원을 청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국가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해 좀 더 스케일 큰 일에 전력을 쏟아달라」는 주문이 많다. 지난해처럼 대규모 로드쇼를 해도좋다. 그러나 보다 급한 건 우리 경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그러면서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역동하는 젊음의 나라, 신뢰할만한 기업들이 많은 나라」로 이미지를 바꾸는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구체적인 수단을 찾는건 정부의 몫이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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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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