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슈 in 마켓]'블라인드 PEF' 출자 재개하는 연기금·공제회

"M&A시장서 새 수익 찾자"… 2조 투입예상

두둑한 실탄 확보한 PEF… 구조조정 기업 적극 공략

매물 인수경쟁 치열할듯



주요 연기금·공제회들이 '블라인드 사모투자전문회사(PEF)(펀드 설립 후 투자 대상을 고르는 펀드)'에 대한 출자를 재개한다.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 부문 매각 등으로 인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볼륨이 커진데다 지난해 수익률 '효자' 노릇을 한 채권 부문의 기대 수익률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두둑한 실탄을 확보하게 되는 PEF들이 기업 구조조정 매물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경우, M&A 시장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블라인드 PEF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던 국민연금·통합 산업은행·교직원공제회·사학연금·군인공제회 등은 올해 최대 2조원을 출자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연금과 통합산은이 2년 만에 본격적인 자금 공급에 나선다. 정책금융공사의 간접금융 부문을 흡수·통합한 통합산은은 오는 상반기 내 PEF에 총 5,000억원을 출자하고 이 가운데 3,000억원을 블라인드 PEF에 배정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역시 예년 수준인 1조원 규모의 출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3년 7월 9,800억원을 H&Q·유니슨캐피탈·보고펀드 등 11개 운용사에 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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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통합산은 등 '큰손의 귀환'뿐 아니라 다른 연기금·공제회들도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1,000억원 규모의 PEF 출자를 확정했다. 이르면 2·4분기 말, 늦으면 3·4분기 초에 위탁운용사 2~3곳을 선정해 300억원~500억원 정도를 배분하는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공제회도 2·4분기 내에 블라인드 PEF의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체 출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2013년(850억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해 국내 대체투자 규모를 1조원가량 늘리기로 확정한 교직원공제회 역시 블라인드 PEF 출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한 해 국내 토종 PEF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며 출자 보류를 선언했던 주요 연기금·공제회들이 다시 자금 공급에 나선 것은 수익률 제고를 위한 자산 배분의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연기금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는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채권 부문의 수익률이 아주 좋았지만 최근 시장 금리를 감안할 때 올해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수익률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외나 대체투자 쪽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블라인드 PEF에 대한 배정도 이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M&A 시장에 투자할 만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블라인드 PEF 출자의 매력을 높이는 또 다른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의 화학·방산 빅딜, KT의 KT렌탈 매각 등 주력 사업 강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국내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부 매각이 활발하다"며 "시장에서 이를 인수해줄 주체는 결국 PEF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자금 '보릿고개'를 겪은 PEF들은 주요 연기금·공제회들의 출자 재개를 크게 반기고 있다. 지난 한 해 블라인드 PEF 출자 규모는 우정사업본부(3,000억원)·행정공제회(1,000억원)·수출입은행(900억원)·과학기술인공제회(800억원)·노란우산공제회(300억원) 등 6,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국내 PEF 출범 이후 역대 최저치다. 국내 대형 PEF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우정사업본부를 제외하면 큰 규모의 출자가 없어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대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재편 등을 위한 M&A가 활발한데 PEF의 자금 여력이 커지면 시장 전반이 활력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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