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사장/돌파력·결단력 겸비 “배짱두둑한 리더”

◎미 개방압력에 “팔리는 차 만들어라” 응수/세계시장 점유율 10%목표 미와 한판승부오쿠다 히로시(오전석) 도요타 자동차 사장이 일본 경제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있다. 관례를 존중하고 돌출행위를 자제하는 전형적인 일본 경영자상과 거리가 먼 그의 단호한 결단력과 강력한 돌파력이 보수체질의 도요타자동차에 새로운 도약의 활력을 불어넣고있기 때문이다. 오쿠다 사장은 최근 미국 자동차업체의 일본시장 개방압력에 대해 『일본의 좁은 차선에 맞지 않는 둔탁한 대형차를 수출하면서 무조건 시장만 열라고 한다』고 맞받아쳤다. 또 영국이 유럽통화동맹(EMU)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도요타의 제2 유럽공장 건설부지를 영국에서 여타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쿠다의 이같이 거침없는 행동 뒤에는 도요타의 야심찬 계획이 깔려있다. 오는 2000년까지 미국, 유럽 등 세계 전역에 1백35억달러를 투자, 현재 8%의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 올 가을부터 미 캔터키주 조지타운공장에서 생산되는 미니밴 「시에나」는 도요타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포드, 크라이슬러와 미니밴 시장에서 한판승부를 벌이게된다. 또 부품공급업체의 현지화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기존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에 제 2공장을 건설, 이 지역내 소형 승용차 시장에 적극 파고들 계획이다. 명실상부한 전세계에 기반을 둔 글로벌 자동차왕국을 건설, 엔화가치의 부침에 끄덕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 이 원대한 계획이 순조롭게 실행될 경우 도요타는 엔화가 달러당 80엔까지 올라가더라도 경영에 무리가 가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쿠다는 소니의 이테 노부유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과 함께 조용하고 좀체 나서지 않는 일본의 경영자 풍토에 변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물로 꼽히고있다. 지난 90년대초 미­일 자동차전쟁 당시 도요타는 감히 「세계시장점유율 10%」목표를 입밖에 내지 못했다. 행여 미일 무역분쟁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오쿠다는 10%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그는 일본차는 잘 팔리고 미국차는 안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수요자가 좋아하는 레저차량이나 미니밴 개발에 전력한 반면 미국은 구식의 중형 세단이나 고집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자동차제조업협회(AAMA) 대표들이 일본을 방문,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오쿠다는 지난 2년동안 일본내 신규 미국차 판매딜러가 미국업체가 예상한 수의 절반에도 못미졌다며 「팔리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응수했다. 도요타는 90년대초 일본내 1위라는 자만심에 빠져 혼다의 어코드 등 레저용차량의 공세에 밀려 난공불락으로 호언했던 일본내 시장점유율 40%가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런 위기국면에서 수십년간 도요타를 이끌어오던 도요다(풍전) 기계가 지난 95년 전격 발탁한 인물이 회계, 영업부문을 거치며 도요타에서 잔뼈가 굵은 오쿠다 사장이었다. 오쿠다는 최근 도요타자동차의 미국시장점유율 확대를 경계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미국현지공장의 승용차는 미국에서 미국 부품으로 미국인이 만드는 차』라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그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키위해 차제에 AAMA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일자동차분쟁 해결에서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일본경제계뿐아니라 세계자동차업계에서 오쿠다사장을 주목하고있는 것은 이같은 뱃심 좋은 그의 경영능력 때문일 것이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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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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