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시작된 은행권의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스페인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은행 부실채권이 18년 만에 최악으로 늘어나면서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덮쳤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19일(현지시간) 지난 3월 말 현재 스페인 은행의 부실채권이 전체 여신의 8.37%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월 8.30%(1,438억유로)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994년 8월 이후 최고치다. 금액으로는 1,479억유로에 달한다.
2007년 부동산 경기가 정점이었을 때보다 무수익여신(NPL) 즉, 부실채권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미 1·4분기에만 총 82억유로의 대출이 부실화돼 회수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1·4분기보다 9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현재 스페인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대출 규모는 약 3,070억유로에 달한다. 이 중 60%가 부실자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은 스페인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15%까지 접근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부동산 버블 후유증으로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부동산 대출 부실화의 빠른 증가세 등을 이유로 산탄데르와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를 포함해 총 16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을 1~3단계 강등했다.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지만 예금은 줄고 있어 뱅크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3월 스페인 은행권의 예금은 전년 대비 4.2% 감소한 1조1,600억유로를 기록했다. 이 소식으로 스페인 은행의 부도(디폴트)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가산금리가 크게 올랐다.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와 2위 BBVA의 5년 만기 CDS프리미엄은 지난 18일 현재 각각 444.2bp, 491.3bp를 나타내 올 들어 최고 수준을 이어 갔다. 무디스의 발표가 있었던 17일에는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7월부터 스페인 은행권의 예금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예금자들이 거래 은행에 괜찮겠느냐고 잇따라 문의하는 등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로존 재정위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독일·영국 등의 국채 가격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
18일 영국 10년물 국채(길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5%포인트 하락한 1.819%를 나타냈다. 집계를 시작한 1989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치다. 독일 국채 10년물도 수익률이 급락하며 1.423%를, 미 국채 10년물 역시 1.723%를 나타냈다. 수요가 몰리면서 미국의 물가연동채권(TIP) 10년물 130억달러어치는 아예 마이너스 금리(-0.391%)에 발행됐다.
일본 국채(JGB) 10년물 수익률도 이날 0.820%로 2003년 7월 이후 9년 사이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앤드루 모튼 씨티그룹 국채거래 부문 책임자는 "위험회피 추세에 맞춰 투자자들이 미국ㆍ영국ㆍ독일 등의 국채로 몰리고 있다"며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미국과 독일·영국 국채 등 안전자산에 웃돈(프리미엄)까지 얹어 대거 사들이고 있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