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월드 파노라마] 홍콩최대 화교재벌 `리카싱 왕국' 흔들

홍콩 최대의 화교재벌인 리카싱(70)왕국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마이더스의 손」, 「슈퍼맨」으로 불리우며 탄탄한 명성을 쌓아왔던 리회장은 최근 국내의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해 있으며 주력기업들도 하나같이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화와 규제완화라는 2가지 도전, 그리고 이에 대한 리회장의 이중적인 태도가 그의 제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중국으로의 주권 반환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진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다. 최근 들어 리회장은 홍콩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대부분의 홍콩인들은 아직도 그가 지난 96년 납치됐던 손자를 구출하기 위해 홍콩 경찰을 무시하고 중국측에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말 그가 정치적 불안정을 내세워 100억 홍콩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던 것도 논란거리다. 그는 미국 월트 디즈니사와 합작으로 테마 파크를 설립키로 했지만 『정치적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이를 연기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해 노동자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자초했다. 리회장은 요즘 일반 서민들이 경제난으로 분양 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소송을 진행시켜 적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홍콩의 정치위험 자문사인 PA사의 앤디 호는 『리회장 개인이 이처럼 오랫동안 공격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대외적 이미지에 신경써야할 때』라고 충고했다. 이와함께 리회장의 간판기업들도 홍콩의 경영환경 변화와 경기 불황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 정부는 주권반환 이후 규제완화를 핵심과제로 책정, 독점체제를 과감히 허물어뜨리고 경쟁구도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 바람에 청쿵(長江)실업, 허치슨 왐포아 등 계열사들은 부동산, 정보통신, 항만, 전기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업체의 거센 도전으로 힘든 싸움을 치르고 있다. 리회장은 정부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진 않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투자가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콩 넥스트 매거진의 청킨홍은 『리회장이 정부가 야당의 압력에 굴복, 많은 분야를 개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주권 이양 이후 정부가 사업가들의 이익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광둥성 출신인 리회장은 지난 50년대 청쿵실업을 설립, 조화 등 플라스틱 수출로 출발한 후 부동산 투자에 힘입어 거부 대열에 올라섰다. 79년엔 영국의 무역회사인 허치슨사를 인수한 후 9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인 성장궤도를 달려왔다. 리카싱 왕국의 총자산은 모두 3,250억 홍콩달러로 지난 5년간 화교재벌 랭킹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리회장은 개인재산 58억달러로 포브스지에 의해 세계 12위의 부호로 선정됐다. 그러나 리회장은 이제 과거의 유산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적응해야할 시점에 접어들었다. 【정상범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