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연준 추가 테이퍼링 신흥국 위기 확산] 공포 전염에 글로벌 자금 썰물 … 브라질 등 서든스톱 우려

첫 타깃 터키·남아공 이어 다음 희생양 찾기

지난주 신흥국 주식형펀드서 63억달러 빠져

IMF "일부 국가 부채축소 등 긴급조치 필요"


"시장이 첫 번째 목표물이었던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다음 타깃을 찾고 있다."(라보뱅크의 크리스티안 로런스 신흥시장 통화 전략가)

이처럼 현재 글로벌 자금은 금융위기 초반의 전형적인 특징인 '희생양 찾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지속에다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으로 신흥국 금융위기가 최소한 몇 달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핑계만 있으면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흥국 동반위기 가능성은 연준이 촉발했다. 연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테이퍼링을 단행하면서도 신흥국 불안은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지 않았다. 미 경기만 회복된다면 당초 시나리오대로 연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유턴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는 지난달 31일 또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러시아 루블화와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각각 1.2%, 1.5% 급락했다. 멕시코 페소화와 폴란드 즈워티화도 각각 0.8%, 0.7%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발 금융위기에서 한발 떨어진 신흥국마저 유탄을 맞은 셈이다.

위기 전염 공포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가들도 개별 신흥국의 펀더멘털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빼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금융정보업체인 EPFR글로벌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올 들어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122억달러에 달했다. 자금유출 속도도 지난달 첫째주 13억1,800만달러에서 셋째 주에는 24억2,900만달러, 지난주 63억달러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주 유출 규모는 2011년 8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대치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보고서에서 "신흥국 자산가치 하락은 이제 시작 단계로 앞으로 시장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터키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무려 5.5%포인트나 올리는 등 신흥국이 통화방어를 위해 극약처방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시장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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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잉글랜더 씨티은행 전략가는 "신흥국이 금리인상이라는 최후의 화살을 미리 쏘는 바람에 앞으로 정책 수단이 바닥날 것으로 투자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 성장률 하락, 정치 불안 등 내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일부 신흥국의 경우 갑작스레 자본 유입이 중지되거나 유출되는 '서든 스톱'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가장 위험한 국가로 브라질·남아공·터키·우크라이나를 꼽았고 다음으로는 멕시코·인도네시아·인도·태국 등을 지목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미 외환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아르헨티나 외환보유액은 1월 말 현재 282억7,000만달러로 2006년 10월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외화보유액이 25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외환위기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신흥국 위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31일 일부 신흥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긴급 정책 조치(urgent policy action)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IMF는 "많은 신흥국은 펀더멘털이 탄탄해 연준 테이퍼링을 견딜 수 있다"면서도 "일부 신흥국은 부채 축소, 인플레이션 통제, 정책 신뢰성 개선 등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아직은 이번 사태가 아시아·러시아·남미 등이 외환위기에 빠졌던 1997년과 같은 동시다발적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 이유로 현재의 위기는 △아르헨티나·터키 등 일부 취약국에 한정돼 있고 △미 연준이 단기간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고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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