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매출 감소·자금난… 中企는 '寒가위'


지난 6일 인천 남동산업단지의 한 중소 금형업체. 열기가 후끈한 공장을 지나 사무실에 이르니 한 구석에 사과 상자 10여 개가 쌓여있었다. 이회사 직원들에게 나눠줄 추석 선물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박스당 3만원에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이라며“작년에 한 사람 당 15만원 정도씩 지급했던 상여금 보다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우리 회사는 대기업 등에 프레스 금형을 주로 납품하고 있는데 최근 거래처의 신제품 개발이 축소ㆍ연기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매출이 줄어 이렇게 비용을 줄이고 있다” 고 말했다. 남동산단의 한 가축분뇨처리기 제조업체도 8월 중순에 채용한 직원의 출근을 추석 이후로 미뤘다. 중대형 축산농들이 기기 구입을 미뤄 수주량이 4대에서 2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예정대로라면 추석 전에 2명의 직원을 더 뽑을 예정이었지만 추석 후에 1명만 더 뽑기로 했다”며 “어차피 휴가비도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인데 추석 전에 일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가격 상승으로 육류 소비가 줄면서 농장주들이 대당 약 7,000만원에 이르는 기기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위축에 따른 자금압박과 매출 감소로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들 사이에 때 아닌 찬바람이 불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가 100여 곳의 기업을 조사해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추석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47.9%에 그쳐, 지난해 보다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참조 이밖에 약 30%의 업체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의 업체들은 자금난의 원인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기업 등의 주문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꼽았다. 남동산업단지의 한 유압서브밸브 업체 대표는 “세계적인 불황에 따라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기업들이 내년 상반기 예산을 줄이거나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예년 같으면 내년 상반기 주문의 절반 정도는 지금쯤 결정돼야 하는데 예년의 20% 정도만 협의가 시작된 상태”라고 전했다. 추석을 앞둔 한파는 인천뿐 아니라 전국에 미치고 있다. 중기 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65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업체가 44%에 달했으며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도 전년보다 3.7% 감소한 64%에 그쳤다. 최근 부산ㆍ울산과 대구ㆍ경북에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도 자금사정이 곤란한 기업이 두 지역 모두 30%에 육박했다. 부산ㆍ울산 지역의 중소기업들의 경우 추석 상여금 수준이 기본급의 72.6%로 지난해에 비해 6%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아직은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불황의 조짐이 서서히 가시화 하고 있는 것 같다”며“추석경기는 이듬해의 경기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최근의 자금난과 일감부족은 내년에 다가 올 불황의 전조가 같아 불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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