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집단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23) 일병이 잔혹하고 야만스러운 가혹행위에 시달려 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군 인권센터가 31일 오후 3시 영등포 여성미래센터에서 발표한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긴급 현안 브리핑’에 따르면 가해자인 앰불런스 운전병 이모 병장 등은 평소부터 △맞아 쓰러진 윤 일병이 포도당 수액 주사를 맞고 기운을 차리면 다시 때리고 △맞아서 다리를 절뚝거리면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또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개 흉내를 내게 강요하며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고 △성기에 안티 프라민을 바르게 하는 인격 모독 및 성추행도 자행해왔다.
일부 간부까지 가세한 가혹행위에서는 △새벽 3시까지 ‘기마 자세’로 얼차려를 시킨 뒤 잠을 재우지 않는 ‘취침 통제’ △치약 한 통 강제로 먹이기 △드러누운 얼굴에 1.5리터 물을 들이붓기 등 인권말살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 사건은 역대 군대 내 어느 사망사건보다 잔혹하고 야만스럽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심지어는 사건 직후 조직적으로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파기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해당부대에서 윤모 일병 사건 뿐 아니라 다른 병사들 사이에서도 잔혹행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 일병은 지난 4월 7일 내무반에서 만두 등 냉동식품을 동료 병사들과 나눠 먹던 중 선임병 4명에게 가슴 등을 맞고 쓰러졌다.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뇌사상태에 빠진 윤 일병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지만 다음날 끝내 사망했다. 군 인권센터는 “가해자들이 윤 일병 사망 뒤 ‘TV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입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육군은 이에 대해 ‘관련자 5명을 구속 수상 중’이라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