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공복'이 필요하다

-李宗奐 (산업부 차장)공직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놀려대곤 했다. 『너희들 한사람 한사람은 똑똑하기 그지 없는데 모여서 하는 일은 왜 그 모양이냐』고. 최근 마무리된 새 한일어업협정과 쌍끌이 조업관련 추가협상은, 그러나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업무자세와 책임의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 터무니 없는 협상과정도 그렇지만 면피에 급급한 모습에서는 그동안 인식되어왔던 엘리트로서의 자긍심이란 찾아보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기본 컨셉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실망스럽다. 국제정치의 키워드는 「국가이익」이다. 당연히 크고 작은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상호주의」에 입각, 외교적 현안을 풀어가는 것이 상식이다. 이는 상대방에게서 하나를 얻으면 나도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쌍끌이」를 포함, 한일 어업협상 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무지한 수준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협상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정부의 전근대적 어업관리, 부실한 통계, 수산업계의 고질적인 불법어업 관행 등…. 언론의 사후약방문격인 보도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뭐니뭐니 해도 책임행정의 실종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을 규정한 유엔 해양법협약 비준이후 2년반이 지나도록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보여준 치밀함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협상은 무릎을 맞대기 전에 이미 승부가 결정돼 있었던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파동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시대의 한 가운데서, 거품이 최대로 부풀려졌던 시기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았으니 어떻게 객관성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는 나중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지금 당장 먹고 살기 고달픈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섬세하게 살피지 않은 탓이다. 그만큼 민생현장의 정서와 유리돼 있다는 반증이다. 정치적 혼란의 틈바구니속에서도 프랑스가 흔들리지 않은 것은, 그리고 싱가포르의 쾌속질주는 성실하고 우수한 직업관료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 공무원들의 개인적 능력은 결코 그들에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경제가 이룬 이만큼의 성과뒤에는 그들의 땀이 절절이 배어있다. 그러나 최근의 결과는 왜 그렇지 못할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경쟁력 제고」는 절실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기획예산위가 밝힌 개방형 임용은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도해 봄직 하다는 생각이다. 『공무원들은 절대 우수해야 한다. 그들의 결정에 따라 수억달러, 길게보면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나라살림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리 콴유 전총리의 말이 새삼 무게있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