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당공천 폐습이 몰고 온 성남시 준예산 파행

사상초유의 준예산 체제에 들어간 경기도 성남시에서 민생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새해 예산을 승인 받지 못한 성남시가 올해 1단계 공공근로사업을 전면 중단해 여기에서 생계를 꾸려가던 취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성남시가 선발한 893명 대부분이 극빈층과 노인들이라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사회단체가 운영하는 노숙인 무료급식소 지원도 중단되고 버스회사에 대한 대중교통 보조금 지원도 끊겼다.


사정이 이런데도 예산파행을 두고 시장과 의회가 낯뜨거운 책임공방이나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성남시의 준예산 사태는 다수의석을 차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31일 집단으로 등원을 거부하는 바람에 의결정족수 미달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서민피해와 시민불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기초지방자치를 왜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회의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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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기초지방자치 정당 공천의 폐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새누리당이 장악한 성남시 의회는 민주통합당 소속의 이재명 시장과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이번만이 아니라 지난 2010년 의회 출범 이후 해마다 예산처리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더니 기어코 사단이 난 것이다. 따라 할 게 없어 집단 등원거부 같은 중앙정치 무대의 구태까지 답습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러지 않아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앙정치에 오염됐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이런 폐해의 기저에는 정당의 공천권 행사가 깔려 있다. 지방선거가 인물보다 정당에 좌지우지되다 보니 기초자치제가 중앙정치의 예속돼버린 것이다. 국회가 책임정치 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기득권 늘리기에 다름이 아니었던 게다.

여야가 대선에서 외쳤던 정치쇄신에는 기초단체장과 의회의 정당공천제 폐지도 포함되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전혀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이번 사태로 정치쇄신은 더 이상 미룰 명분조차 없음이 자명해졌다. 국회는 기득권 내려놓기 약속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성남시의회도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속히 예산안을 처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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