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직사정 지속적으로(사설)

최근 일련의 공직 기강의 해이현상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심사는 착잡하다.김영삼 대통령은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위해 국민들에게 두가지 약속을 했다. 「기업가로부터 돈을 한푼도 받지않겠다」와 「골프를 치지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약속을 담보하는 상징행위로 청와대 식단에 칼국수를 올려놨다. 김 대통령은 아마도 이같은 솔선수범이 공직사회를 비롯한 국민생활 전반에 전파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그것은 「아니올시다」로 드러났다. 공직비리 사건외에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되고있는 사회전반의 과소비 행태가 그것을 말해준다. 국무위원은 바른 국정수행과 관련해 대통령과 뜻을 같이해야한다.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수뢰사건은 뇌물에 관한한 국무위원이 대통령의 분신이 될수없음을 보여줬다. 그에 앞서 장학로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리가 있었다. 장씨야말로 인간적으로 김대통령의 분신으로 일컬어졌던 사람이다. 두 사람의 경우는 공직비리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교묘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더욱이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연루된 이번 서울시 공무원들의 버스비리는 장관에서 말단까지 공무원들의 비리양태가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은 어떤가. 지난번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신한국당의 최병렬 의원은 여당 대권주자 가운데 「벌써부터 엄청난 돈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정가에서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또 그런 일이 대권주자들에 국한된 것일까에 생각이 미치면 이 역시 대통령의 기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여기에 여야 의원들이 국회본회의 시간에 골프를 친사실이 드러나 말썽이 되고있다. 또 19명의 공직자들이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다 적발됐다. 전국의 3군데 골프장을 시범선정,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이들은 이름을 곧이곧대로 기재해 꼬리가 잡혔다고 한다. 그 점에서 적발된 인사의 대부분이 교직자들인 것도 눈길이 간다. 전국의 골프장에서 신분노출을 감추면서 골프를 치는 공직자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국가기강은 대통령 한사람의 상징적인 선언으로 바로잡힐수 없음은 이로써 분명해졌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감시감독이 뒤따라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사정당국이 대대적인 공직사정에 나섰다고 하는데 과거처럼 일과성의 선별적 단속으로 그쳐서는 백년하청이다. 대통령의 임기말은 레임덕이라고해서 가뜩이나 공직사회가 흐트러지기쉽다. 현 정부가 남은 1년 4개월의 임기를 유종의 미로 장식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비리척결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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