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 그러다가…" 진심어린 충고
"커리어는 마라톤… 도전 두려워 마세요"한국P&G 23년 만에 첫 여성 CEO 이수경 사장생리대 위스퍼 국내1위 기여 샴푸 '팬틴 신화'까지 일구며 입사 18년 만에 리더로 올라다음 해피엔딩 스토리는 e커머스 확대·인재 육성 "도전 아직 끝나지 않았죠"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커리어는 긴 마라톤입니다."
지난 7월 한국P&G 설립 23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한국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수경(46ㆍ사진) 대표가 18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사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사장은 "젊은이들이 커리어를 100m달리기로 인식하고 전력질주하는데 그러다 넘어지면 못 일어난다"며 "인생을 길게 보고 페이스 조절을 현명하게 해야 한다"며 커리어를 쌓고 있는 한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1989년 제일기획 광고기획 AE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 대표는 2년 뒤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1994년 한국P&G와 첫 인연을 맺은 지 18년 만에 CEO 자리까지 올랐다. 생리대 브랜드인 위스퍼의 어시스턴트매니저를 첫 임무로 위스퍼가 한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한 그는 프링글스의 성공적 출시, 샴푸 브랜드 '팬틴 신화'를 일구며 2002년 한국P&G 마케팅총괄디렉터가 된 후 미국ㆍ 일본ㆍ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부문을 거치며 한국P&G의 리더로 양성됐다.
이 사장에게 성공의 키워드인 '도전'은 매 순간 맞닥뜨려야 하는 숙명이었다. 잘나가던 제일기획을 돌연 그만두고 캠퍼스로 돌아왔을 때도, 마케팅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한국P&G를 선택했을 때도, P&G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마주할 때도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도전을 발전의 기회로 삼아온 덕에 많은 성장이 있었고 결국 해피 엔딩의 결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도전 중에서도 그의 인생 최대의 도전은 무엇이었을까. 4년 전 싱가포르에 아시아퍼시픽 마케팅총괄로 발령 받았을 때라고 이 사장은 회고한다. 여느 직장 여성이 그렇듯 가정과 일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아들이 입시를 앞둔 중학교 3학년이었고 남편은 한국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해 결단이 필요했어요. 결국 도전을 받아들였고 가족들이 지지해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이 사장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P&G의 리더로서 매출이 아시아 7위인 한국P&G의 위상을 지금보다 더 올려놓고 글로벌 인재들을 육성해 글로벌 시장으로 배출하는 게 그의 해피 엔딩 스토리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아시아 3위인데 한국P&G 매출은 7위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 스킨케어는 세계 3~4위, 한국 남성은 1위일 정도로 한국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엄청나다"며 "300여개의 P&G 글로벌 브랜드 중 국내에 소개된 브랜드는 14개에 불과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털어놓았다. 경기불황에도 한국P&G는 지난 4년간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해 글로벌 P&G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풍부한 성장잠재력에 힘입어 한국은 글로벌 P&G에서 주목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이 사장은 "글로벌 P&G가 소비자 트렌드를 리서치하는 '트렌드 워크숍'을 매년 한 차례 뉴욕에서 열었는데 올해부터 뉴욕과 서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이 회사 혁신에 기여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다음 목표에 대해 묻자 그는 목표를 정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특장점인 e커머스사업을 키우고 P&G의 이노베이션 허브로서 역할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등 눈앞에 마주한 도전을 피하지 않고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