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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공언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마지막 보루가 사실상 허물어졌다.
검찰은 3일 참고인으로 소환한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신분이 피의자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소환 배경이 된 7억원대의 알선수재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검찰 조사 도중 어느 정도 확인됐다는 뜻이다. 사법처리 수순을 확신하는 검찰의 의지가 관철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사실상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 정권의 실세로 군림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이어 이 전 의원까지 구속될 경우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은 사실상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대선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의원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어=이날 오전10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 이 전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는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가서 성실히 답변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에) 가서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에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는 "가슴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대검 청사에 들어선 이 전 의원은 서창희(49ㆍ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함께 중수부 조사실 1123호로 올라갔다. 현 정권의 실세로 꼽혔던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 전 차관이 앞서 거쳐간 장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상대로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지난 2월 의원실 여비서 계좌에서 꼬리가 잡힌 7억원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은 답변을 내놨던 이 전 의원에게 구체적인 소명을 재차 요구한 셈이다. 이 전 의원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대질신문을 요구할 경우를 대비해 검찰은 돈을 건넨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등을 각각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불러 별도로 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성 참고인 신분이었던 이 전 의원이 조사 도중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2007년 대선자금 연관 가능성도 살필 듯=검찰은 지난해 9월 저축은행 2차 퇴출이 진행되던 시기에 이 전 의원이 로비자금을 받은 후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아울러 2007년 대선 직전에 코오롱그룹으로부터 건네받은 고문료 1억5,000만원과 김학인 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전달한 공천헌금 2억원에 대해서도 이 전 의원의 답변을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묻고 있고 본인(이 전 의원)은 충분한 해명 기회를 갖고 답변하고 있다"며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이다.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산의 흙을 떠넘기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생길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금 중 일부는 2007년 대선용으로 쓰여졌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권의 뿌리가 흔들리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전 의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검찰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려면 이 전 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처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또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일반 공무원이 아닌 금융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만 해당된다. 검찰은 이르면 4일 이 전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