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서울의 국제경쟁력

서울은 이렇듯 밖으로 보이는 현상만으로는 국제적인 도시로 급부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도시의 기능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서울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서울·도쿄를 중심으로한 동아시아 경제권의 부상을 얘기하면서 「베세토」(BESETO)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었데 이 말이 무색하리만치 서울은 베이징이나 도쿄에 비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 「세계의 도시에 대한 평가」에서 서울이 아시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시급한 것이 교통문제다.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때마다 부르짖는 공약이 교통문제 해결이었음에도 불구, 교통사정이 나아졌다는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도쿄의 관문 나리타공항에서 도쿄의 다운타운까지는 1시간이면 도착한다. 스카이라이너와 나리타 익스프레스라는 직행전철이 각각 우에노(上野)와 도쿄역까지 곧장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샹하이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이에비해 서울은 어떠한가. 공항에서 도심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 불허지만 도심내에서도 거리에 상관없이 시간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없을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서울의 교통문제는 해결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결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도쿄나 싱가폴이 우리보다 자동차가 적거나 길이 넓어서 교통소통이 더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주차에 대한 질서를 엄격히 통제하고, 곳곳에서 통행료를 징수하기 때문에 차들이 감히 나다니지 않을 따름이다. 비즈니스로 서울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돈이다. 교통체증으로 헛 시간을 소비하고 일이 뒤죽박죽으로 얽히면 이들은 다시 서울에 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해외고객을 놓치고 있다. 교통체증 못지 않게 서울이 국제도시로서 체면을 잃고 있는 이유가 바로 도로표지판과 안내간판들이다. 도로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위치도 문제려니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로 표현된 표지판이 서울시내에만도 무수히 많다. 누군가가 외국인들을 시켜 서울시내를 돌아다니게 하면서 잘못된 것을 그들의 입장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뜯어 고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자는 제안도 했었는데, 이렇게 해묵은 표지판 문제는 왜 개선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어느 외국인이 서울근교의 산을 찾아 가다가 어떤 표지판에는 무슨 무슨 마운틴(MT.)이라고 되어 있고 또 다른 표지판엔 산(SAN)이라고 되어 있어 헷갈리다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는 얘기도 있다. 참으로 웃지 못할 코메디중의 코메디다. 서울의 화장실도 문제다. 지하철역의 화장실이나 시내 곳곳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내국인도 차마 사용하기가 주저스러울 정도로 불결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양변기를 찾기란 더 더욱 힘들다. 또 우리의 화장실은 대개 흡연장소로 지정돼 있어 비흡연자 입장에선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항상 담배연기에 차있다. 어느 외국 바이어는 한국회사의 품질수준을 가늠해 보기 위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곳이 그 회사공장의 화장실이었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화장실중에서 그 바이어에게 합격점을 받을만한 곳이 몇이나 될런지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선 한국의 얼굴인 서울이 바뀌어야 한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고 있는데도 서울은 그들에게 편안함은 커녕 너무나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그들이 주변 경쟁국들의 도시로 떠나버리기 전에 서울을 비즈니스하기 편한 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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