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유소연, "올 시즌도 행복… 내년엔 더 많은 우승 기대하세요"

LPGA 3년간 컷오프 단 두번… 세계 7위 유소연의 새해 각오

지난 8월 美 진출 2년만에 통산 3승

자유로운 연습환경 몸에 딱 맞고 즐기기로 마음 먹으니 성적 꾸준

자선 재단 설립·대학원 진학 등 똑소리 나는 골프선수가 미래의 꿈

내년이면 프로 데뷔 8년째에 접어드는 유소연은 골프 외에 역사, 요리, 아프리카 난민 구호활동 등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다. 그는 "요즘은 중국 근현대사에 꽂혀 마오쩌둥 시대를 다룬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한국 선수 가운데 박인비(1위) 다음으로 세계랭킹이 높은 여자 프로골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년간 톱10 진입 41차례에 컷 탈락은 두 번뿐인 꾸준한 강자.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 4차례 출전에 패배가 없는 '일본 킬러'. 내년이면 프로 8년차에 LPGA 투어 4년차를 맞는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이다. 그에게 안부를 물을 때 돌아오는 대답에는 항상 '재미' '행복'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28일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세계랭킹 7위인 유소연은 "올해도 행복한 시즌이었다. 내년에는 세계 1위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가겠다"고 했다.

지난 2011년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LPGA 투어에 진출한 유소연은 빠르게 미국 무대에 적응해 2012년 신인왕에 올랐다. 유창한 영어와 붙임성 때문인지 현지에서는 유소연을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선수로 아는 사람이 많았다. 유소연의 성은 'Ryu'로 표기되는데 외국인들에게는 '류' 발음이 어려워 캥거루라는 친숙한 별명도 붙었다.

유소연은 "미국에 온 뒤로 더 행복하게 골프를 치고 있다. 자유로운 연습 환경도 몸에 맞고 그래서 즐기다 보니 재미있게 치고 그렇게 치니까 성적도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잘 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연습한 샷을 제대로 구사하는 데 신경 써요. 경기 중에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그날 성적이 안 좋더라도 금방 잊어버릴 수 있는 거죠." 올해도 유소연은 15차례 톱10 입상에 평균타수 4위(69.97타), 상금순위 5위(146만8,000달러)로 꾸준했다.


유소연은 지난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대회 최소타 신기록으로 우승, 2년 만에 우승 갈증을 풀었다. LPGA 투어 통산 3승째였다. 그는 "올해는 여러 가지로 제가 갖고 있던 것을 많이 깬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2년 만에 우승하기도 했고 인터내셔널 크라운(7월 여자골프 월드컵) 때 언니들이랑 호흡을 맞춰 경기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을 깼다"는 것이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다 보니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죠.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곤 했는데 '언니들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구나. 얘기하면서 나눌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면서 그 생각을 깬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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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에비앙 챔피언십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2라운드 4번홀(10번홀 출발)에서 퍼트를 놓친 뒤 실망스러운 마음에 퍼터 헤드로 신발을 쳤는데 이때 헤드가 미세하게 틀어졌다. 다음 홀에서 이를 확인한 유소연은 경기위원을 불러 사실을 알린 뒤 남은 홀들에서 웨지로 퍼트하고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변형된 클럽으로 4번홀 마지막 퍼트를 했기 때문에 골프규칙 4-3b에 따라 실격 처리됐다. 4번홀 퍼트 미스 뒤 퍼터가 변형될 정도의 큰 제스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 라운드한 선수들도 퍼터가 손상됐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유소연은 "순간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진다'는 속담이 떠오르더라. 메이저대회였고 4번홀까지 성적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실격이) 속상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퍼트를 미스했을 때 화를 내기보다 앞으로 칠 샷을 생각하는 게 맞다. 큰 것 하나를 또 배운 것 같다"고 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플루트 등 악기를 잘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유소연은 요즘은 요리에 빠져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체질상 고기와 밀가루 음식을 피하려다 보니 만들어 먹는 데 흥미를 붙였다. 김치찜과 김치찌개, 게살·새우 등을 넣어 먹는 월남쌈을 가장 자주 해먹으며 더 난도 높은 요리들도 유튜브로 틈틈이 배우고 있다. 최근 자선재단 설립 의사도 밝힌 유소연은 이달 초 물이 부족한 마을에 우물을 파주러 잠비아로 날아갈 계획이었다. 한·일전 일정과 겹쳐 무산됐지만 다시 일정을 잡아 내년에는 방문할 예정이다. 투어 동료인 아사하라 무뇨스(스페인)의 결혼식에 맞춰 유럽여행을 떠나는 것도 유소연의 내년 주요 일정에 포함돼 있다.

할 줄 아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유소연은 언제까지 골프를 계속 할까. 그는 "한국에 있을 때는 '서른 살까지만 치고 다른 것 해야지'하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오래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한 유소연은 은퇴 이후 계획도 뚜렷하다.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 해서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정책적으로 운동선수가 공부를 제대로 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교육정책 쪽으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실제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새해 첫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집으로 돌아가는 유소연은 LA에서 2015시즌 개막전(1월28일 코츠 챔피언십)을 준비한다. 개선된 스윙에 맞게 클럽의 발사각을 조정하면 최근 줄어든 드라이버 샷 거리도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량이 상당히 많이 발전하고 성숙했음을 스스로 느낍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우승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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