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즉시연금·월지급식 ELS 판매 불티

내년부터 이자소득세 적용<br>즉시연금·물가연동채권 불티<br>비과세 연장 만기 분산 효과<br>인프라펀드·월지급식ELS 부각



# 얼마 전 중소기업을 처분한 사장 A씨. 매각 대금 250억원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다 지난 8일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를 듣고 연 4%의 이자가 지급되는 즉시연금에 전액 몰아넣었다. 즉시연금에 적용되던 비과세 혜택이 당장 내년부터 폐지되기 때문이다. 과세 폭탄을 피한 A씨는 앞으로 매월 8,000만원가량의 이자를 연금처럼 받으며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됐다.

8일 비과세ㆍ세제혜택 축소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자 절세형 상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즉시연금ㆍ물가연동국채로 세금 우대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들이 연일 몰리는 것은 물론 비과세ㆍ분리과세가 유지되는 상품과 만기 분산을 통해 절세효과를 누리는 상품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5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즉시연금 가입 금액은 5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8일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나흘 동안에만 총 47억원이 유입됐다.

대우증권 역시 세제개편안 발표날 8억5,000만원이 신규로 들어온 이래 사흘 연속 8억원을 훌쩍 웃도는 자금이 즉시연금에 몰렸다. 불과 이달 초만 하더라도 즉시연금 가입금액은 5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동양증권도 8일에만 10억원이 즉시연금으로 들어와 판매금액이 전날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고 10일에는 하루 새 67억여원이 유입돼 최근 1년간 월평균 판매금액을 넘어섰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예치하고 원금과 이자를 쪼개 매달 연금처럼 받거나 혹은 이자만 받고 원금은 이후 돌려받는 상품이다. 10년 이상의 장기 저축성 상품으로 분류돼 그동안 이자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대로 시행될 경우 내년부터는 이자소득세(15.4%)가 적용된다.


김정환 동양증권 W-Prestige 강북센터장은 "세제 개편안의 윤곽이 나왔던 6월과 7월에 걸쳐 고객들에게 즉시연금 가입을 권유했다"며 "비과세혜택이 없어지는 시점이 예상보다 일러지자 최근 가입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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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5년 발행분부터 원금 상승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물가연동국채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물가연동국채 판매금액은 4월까지만 해도 1억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2억4,000만원까지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유통시장에서도 물가연동국채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6월 발행된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이달 초 0.90%에서 10일 0.65%까지 급락했다. 특히 8일부터 수요가 급증해 매일 0.05%포인트씩 금리가 떨어졌다.

절세에 대한 관심을 세금 혜택이 유지되는 다른 상품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리과세 혜택이 2014년 말까지 2년 연장되는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주가는 14일 전날보다 3.07% 오른 6,370원을 기록하며 8일 이후 4% 넘게 올랐다.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연간 배당률은 6~7% 수준으로 1억원 이하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5.5%,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이밖에 배당소득 3억원을 기준으로 분리과세 혜택이 유지되는 '한국ANKOR유전펀드'의 최근 1주일 거래량도 전주 대비 1.5배 증가하는 등 절세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한꺼번에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만기를 분산해 절세 효과를 누리는 상품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ELS에 투자해 한꺼번에 수익금을 지급받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월 지급식으로 수익을 받을 경우 매월 받는 수익금을 1년마다 정산해 세금을 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연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조정되면서 월지급식 ELS의 인기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에서는 이표채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표채는 채권 이자를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1, 3, 6개월 단위로 나눠 지급하는 채권이다. 이선욱 삼성증권 서울파이낸스센터 SNI지점장은 "만기시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돌려주는 복리채와 달리 이표채는 이자를 월별 혹은 3~6개월에 나눠 지급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이표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기점으로 절세 상품으로의 관심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투자자들이 비과세ㆍ분리과세 상품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올해 세제혜택이 종료되는 즉시연금을 1순위로 인프라펀드와 같은 절세펀드ㆍ물가채, 표면이율이 낮아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국민주택채권 순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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